서울의 대형 빌딩에서 구두를 닦는 50대 남성. 얼마 전 신문 기사에서 봤던 이분의 사연이 잔잔한 감동으로 내게 다가왔다. 사연은 이렇다. 빠듯한 살림에 네 형제를 키우면서, 애들 학원 보내기는 언감생심이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를 아버지에게 묻기 시작해 난감해지기 일쑤였다. 고민을 거듭하던 아버지는 결국 묘안을 찾아냈다. 아이들이 아침마다 모르는 문제를 메모지에 적게 한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아버지의 손에는 어김없이 해답이 들려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비결은 본인이 직접 답을 찾는 게 아니라, 답을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같은 빌딩에서 일하다 보니, 손님 중에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꿰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부탁을 받고 의아해하던 손님들도 부성애에 감동해 정답은 물론 조언까지 해 주는 과외 선생님이 되더란다. 이 같은 아버지의 수고를 느낀 아이들이 대기업에 입사하는 등 반듯하게 성장했음은 물론이다.
가슴을 울리는 중년 가장의 사연을 통해 나는 감동뿐 아니라 두 가지 영감을 받았다. 우선 그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노웨어’(know-where)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 사례가 아닐까 한다. 1980~90년대에는 ‘무슨 지식을 알고 있는가’(know-what)가 중요했고 2000년대 들어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아는가’(know-how)로 관심이 모아졌다. 근래에 들어서는 ‘정보와 대안이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가’(know-where)가 핵심 이슈로 뜨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는 노하우와 노웨어를 잘 결합시키는 것이 경쟁력을 제고하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정보와 대안이 있는 곳을 탐색하고, 여기에서 확보한 정보와 대안을 회사의 기존 역량을 통해 분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식이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노웨어를 개인의 역할 또는 부수적 활동으로 치부하고 노하우에 비해 홀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반면, 최근 노웨어의 대상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일 수도 있고 외부 연구기관, 고객 그룹,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일 수도 있다. 기업들이 노웨어의 대상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발굴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음으로 이 아버지는 겸허함으로 외부의 전문성을 십분 활용했다. 일단 노웨어가 파악되면, 여기에서 정보와 대안을 받아들이려는 겸손한 준비와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기업들이 노웨어를 파악하더라도 ‘그들이 실제 기업활동을 얼마나 알겠어?’ 하는 식으로 폄하하거나 방치하는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 외부 전문가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이를 기업 내부에 수용하고 체질화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와 기업 내부 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이 필수다.
일례로 내가 있는 KT도 세계적인 경영학계 석학인 게리 하멜 교수로부터 컨설팅과 조언을 받고 있다. 가감 없는 비판과 변화를 향한 아이디어는 KT가 창조적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단초가 되고 있다. 특히 경영진뿐 아니라 신입사원 등 내부 구성원들과 하멜 교수의 격의 없는 토론은 KT 내부에 자극과 동기 부여의 촉매제가 되었다.
사연 속의 아버지를 통해 자식들을 학원에 보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지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 아들들에게 메모지에 빽빽하게 적힌 해답보다 그걸 얻어 내었던 아버지의 사랑이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기업과 경영진이 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겸허하게 외부 전문가의 역량을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구성원들도 즐겁게 열정적으로 성장과 계발의 여정에 동참하리라 믿는다.
석호익 KT 부회장
가슴을 울리는 중년 가장의 사연을 통해 나는 감동뿐 아니라 두 가지 영감을 받았다. 우선 그의 이야기는 누구보다 ‘노웨어’(know-where)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 사례가 아닐까 한다. 1980~90년대에는 ‘무슨 지식을 알고 있는가’(know-what)가 중요했고 2000년대 들어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아는가’(know-how)로 관심이 모아졌다. 근래에 들어서는 ‘정보와 대안이 어디에 있는가를 아는가’(know-where)가 핵심 이슈로 뜨고 있다. 정보통신(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과 기업이 모든 것을 인지하고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는 노하우와 노웨어를 잘 결합시키는 것이 경쟁력을 제고하는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즉, 정보와 대안이 있는 곳을 탐색하고, 여기에서 확보한 정보와 대안을 회사의 기존 역량을 통해 분석하고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식이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은 노웨어를 개인의 역할 또는 부수적 활동으로 치부하고 노하우에 비해 홀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반면, 최근 노웨어의 대상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일 수도 있고 외부 연구기관, 고객 그룹,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일 수도 있다. 기업들이 노웨어의 대상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발굴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음으로 이 아버지는 겸허함으로 외부의 전문성을 십분 활용했다. 일단 노웨어가 파악되면, 여기에서 정보와 대안을 받아들이려는 겸손한 준비와 자세가 필요하다. 실제로 기업들이 노웨어를 파악하더라도 ‘그들이 실제 기업활동을 얼마나 알겠어?’ 하는 식으로 폄하하거나 방치하는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 외부 전문가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이를 기업 내부에 수용하고 체질화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가와 기업 내부 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이 필수다.
일례로 내가 있는 KT도 세계적인 경영학계 석학인 게리 하멜 교수로부터 컨설팅과 조언을 받고 있다. 가감 없는 비판과 변화를 향한 아이디어는 KT가 창조적 혁신 기업으로 거듭나는 단초가 되고 있다. 특히 경영진뿐 아니라 신입사원 등 내부 구성원들과 하멜 교수의 격의 없는 토론은 KT 내부에 자극과 동기 부여의 촉매제가 되었다.
사연 속의 아버지를 통해 자식들을 학원에 보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지원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는다. 그 아들들에게 메모지에 빽빽하게 적힌 해답보다 그걸 얻어 내었던 아버지의 사랑이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기업과 경영진이 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겸허하게 외부 전문가의 역량을 받아들인다면, 기업의 구성원들도 즐겁게 열정적으로 성장과 계발의 여정에 동참하리라 믿는다.
2011-06-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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