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on] 안심소득을 받는 사람들

[서울 on] 안심소득을 받는 사람들

서유미 기자
서유미 기자
입력 2024-05-02 03:05
수정 2024-05-0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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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쌀 살 돈도 없는 마당에 수십만원어치 발달재활 바우처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죠.”

지난달 18일 서울시 안심소득 시범사업 3단계 약정식에서 만난 40대 A씨는 “안심소득의 현금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기간 실직 상태에 있는 남편과 발달장애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그는 지난해 중위소득 85% 미만 가구를 대상으로 모집한 안심소득 2단계 시범사업에 선정됐다. “매달 돌아오는 대출 이자, 통신비 청구서에 마음 졸이다 일정 수준의 현금 소득이 채워지니 이제야 가족의 앞날을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아이의 재활 교육도 다시 시작했다”고 한 대목에서 안심소득이 더 나은 사회보장제도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약정식 참석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이야기를 풀어냈다. 기존 사회보장제도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한 이유는 다양했다. 가정폭력 피해 가정에서 자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소개한 30대 B씨는 자매와 함께 생활하며 제대로 된 수입이 없어 단전·단가스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기초생활수급, 차상위계층 지원도 신청했지만 젊은 나이가 발목을 잡았다.

5년 전 세탁소를 폐업한 60대 C씨는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일자리를 찾아 겨우 취직했더니 수급 자격에서 탈락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복지 사각지대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짐작할 만했다.

안심소득은 기준 중위 소득의 85%에서 소득을 제외한 부분의 절반만 지원하는 복잡한 계산법으로 결정되는데, 참석자들은 이 계산법이 새로운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만든다고 했다. 올해 2인 가구 중위소득 368만원의 85%인 312만원으로 따지면, 소득액이 100만원일 경우 106만원을 안심소득으로 받아 총소득은 206만원이 된다. 근로소득이 150만원으로 늘면 81만원을 안심소득으로 받아 총소득이 231만원으로 늘어난다. 만약 일자리를 구해 소득이 중위 소득 85% 이상으로 늘어나면 안심소득은 받지 않지만 실직 시 다시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유지된다.

안심소득이 기존 제도와 가장 다른 점은 폭넓은 지원 구조다. 기초생활수급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2% 이하가 대상인 반면 안심소득은 85% 이하면 지원한다. 또 생계급여가 인정소득액에 재산을 환산해 넣는 것과 달리 3억 2600만원 이하라는 기준만 있다. 국가가 더 많은 돈을 지불해 복지 사각지대는 줄이고 근로 의욕은 높일 수 있게 돕는 셈이다.

다만 새로운 복지 구상에 한국 사회가 더 많은 돈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대답이 쉽지 않았다. 산업구조 재편으로 일자리 안정성이 흔들리고, 누구나 질병 등 예상치 못한 난관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팽배한 사회. 일정한 지원으로 안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안심에 돈을 얼마나 낼 수 있을까. 안심소득의 전국화를 주장하는 서울시는 2000여명이 참여한 시범사업과 정합성 연구TF를 거쳐 구체적인 재원 규모, 현행 제도와의 관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과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는 진지한 대화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유미 전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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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전국부 기자
2024-05-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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