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대한민국 공무원이라서 자랑스럽습니까/김미경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대한민국 공무원이라서 자랑스럽습니까/김미경 정책뉴스부장

김미경 기자
김미경 기자
입력 2019-12-17 02:08
수정 2019-12-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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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경제부장
김미경 경제부장
“국토교통부는 국회와 마찬가지로 택시업계 눈치만 보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목소리를 내다가 입을 다물고, 기획재정부 등은 모빌리티 산업 강화를 외칩니다. 적극행정은 구호에 그칠 뿐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에서 규제만 내놓는 것은 쉽지 않겠습니까.”

대형승합차 렌터카 기반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원회 의결을 지켜본 한 스타트업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이자 CEO로서 안심하고 탈 수 있는 ‘타다’의 단골 고객이라고 밝힌 그는 정보기술(IT)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정부가 나서 ‘우버’ 도입을 막더니 이제는 ‘타다’도 막는 상황이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서울신문의 최근 ‘관가, 접시를 깨라’ 기획 시리즈는 정부가 적극행정을 하자면서도 여기저기 눈치를 보며 알아서 기거나 마지못해 뒷북행정을 하는 실태를 다뤘다. 정부 정책이 우왕좌왕하면서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는 경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특히 ‘타다’ 금지법 논란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논리에 정부 정책이 휘둘리면서 IT 강국이라는 평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교수 출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타다’ 허용 소신을 밝혔다가 정치인 출신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국회에 밀려 고개를 숙이자 부처 안팎에서 “씁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눈치 없다는 지적을 받은 상황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이 와중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회의에서 밝힌 혁신성장 보완계획에는 신사업·신시장의 신규창출 등이 포함됐는데, 업계 관계자들은 “언제 또 어떤 규제와 금지법이 나올지 모른다”며 정부가 밝힌 청사진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정부도 이날 원격의료, 공유경제 등 핵심규제 개혁과 법령 재·개정이 난관을 겪는 등 지체되고 있다고 인정하는 등 무기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66만 9077명. 인사혁신처 통계연보에 따른 2018년 말 행정부 국가공무원 규모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공무원이 된 지 오래됐고 보통 수백 대 1, 높게는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기 위해 해마다 공무원시험족이 넘쳐난다. 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 때문인가, 아니면 공무원연금으로 무장한 ‘철밥통’ 때문인가.

20년 경력의 중앙부처 A과장은 매 주말 사무실에 나와 일하지만 주말이라는 이유로 히터를 틀 수 없다. 개인 난방기구라도 쓰고 싶지만 안전을 이유로 불가능하다.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을 제대로 틀 수 없는 상황이 겨울에도 비슷하게 벌어지는 것이다. 세종에 사무실을 둔 B차관은 회의가 많은 서울을 거의 매일 오가며 차 안에서 시간을 허비한다며 “참을 수 없는 비효율성”을 불평한다. 다른 중앙부처 C국장은 내부에서 가능한 정책 관련 용역을 외부에 억지로 주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공무원에게 쏠리는 인기가 무색하게 실상은 정치권의 눈치나 보는 엇박자 정책에 내부적으로는 비효율성과 예산 낭비 등이 넘쳐난다. 대한민국 정치는 ‘3류’라고 하지만 소위 엘리트 집단이라는 공직사회가 이보다 나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소신 없는 정책과 조직의 비효율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공무원의 위상과 자부심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서울신문은 새해 ‘공무원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대주제로 다양한 기사를 다룰 예정이다. 공직사회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대로 이끌어 가기를 바라는 취지에서다.

chaplin7@seoul.co.kr
2019-12-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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