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자 / 청맥-달개비꽃이 피어 있는(91×116.8㎝, 순지에 암채, 1997)
한국화가. 제3회 중앙미술대전 대상
쟁피 저린 향근 물에
기름머리 공단스리 빗고
자지댕기 궁둥이로 단장한
安東땅이 본인 감나무집 처녀사야
달이 없어도 강둑에 나서면
무지개다리 밟던 노래 못 잊대면서
거네 뛰는 얘기를 곧잘 했다
갈밭같이 헝클어진 머리가
쟁피도 궁둥이도 소용이 없어
米軍이 간대는 소문만 노심이 되어
괴니 서글퍼진 빰빵 가스내사야
요즘은 찦도 퍽 적어졌드라 얘 아이참
그것이 무슨 대단한 이야기처럼 종알대곤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들 하폄만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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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282년(1949년) 10월 육성사에서 출간된 시집 ‘잠자리’에 수록된 시다. 지은이 창맹인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시에서는 단오날 창포 대신 쟁피(젠피) 잎에 머리를 감는다. 지리산 자락에 사는 사람들은 추어탕이나 장어탕 먹을 때, 김치를 담글 때 젠피를 넣는다. 해방된 후 우리나라에서 미군의 인기가 크게 좋았다. 시골 아가씨들은 미군이 돌아간다고 노심초사한다. 나라를 해방시켜 주었으니 감사한 마음 크지 않겠는가. 자지댕기는 자줏빛 댕기, 거네는 그네, 빰빵 가스내는 뺨이 통통하고 복슬복슬한 가스내로 읽으면 될 것이다. 2차 대전 직후 미국과 미군은 착하고 순정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미국이 그립다.
곽재구 시인
2019-07-05 3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