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연애의 단면/김기림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연애의 단면/김기림

입력 2021-10-14 17:32
업데이트 2021-10-15 01:48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연애의 단면/김기림

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폭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성동교 교각 아래 한 무리의 비둘기 동무들이 삽니다. 내가 구구구 부르면 우루루 달려옵니다. 날개를 파닥이는 소리 얼마나 근사한지 모르겠습니다. 동무들은 내 어깨 위에도 앉고 손바닥 위에도 앉습니다. 머리 위에 앉는 이도 있지요. 손바닥에 셋이 앉을 때는 좀 힘이 들어 “두 분만 앉으세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애인이란 게 별건가요. 사랑하는 마음 한없이 주되 되돌려받고 싶은 마음 없을 때 애인은 빛이 납니다. 애인은 밤하늘의 은하수 같지요. 바라보면 한없이 평화롭고 좋아서 얼굴에 환한 박꽃 피어납니다. 애인을 가지려 한다는 것, 은하수를 소유하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입니다. 애인은 종이배입니다. 자주달개비꽃 한 송이 실어 강물에 띄웁니다.

곽재구 시인

2021-10-15 30면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