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물관리 일원화 잔칫상 이르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물관리 일원화 잔칫상 이르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류찬희 기자
입력 2018-06-06 17:42
수정 2018-06-06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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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20년 넘게 논쟁을 벌여 온 해묵은 정책 과제 하나가 해결됐다. 정부는 지난 5일 정부조직법, 물관리기본법, 물관리기술 발전 및 물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등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령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써 개발론자와 환경론자들의 지루한 물관리 주도권 다툼은 일단락됐다.

이제 법 개정으로 정부 부처의 물관리 업무는 환경부가 주도한다. 다만,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관리 측면에서 물관리의 한 축인 하천법은 국토부에 그대로 남겼다. 이를 두고 환경론자들은 반쪽짜리 물관리 일원화라고 지적하지만, 그래도 물관리 주도권이 환경부로 넘어갔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관련 예산도 환경부로 몰아준다. 국토부 산하기관이던 한국수자원공사도 환경부 아래로 들어간다. 하지만 물관리 일원화만으로 모든 수자원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이르다.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를 마치 투쟁해서 얻은 것처럼 들떠 있을 때도 아니다.

수자원 환경을 개선하고자 정부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개선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를 단지 정책 일원화 부재 탓으로만 돌리지 말아야 한다. 통합 물관리 부처인 환경부는 그동안 수자원 관련 정책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소신 있는 목소리를 냈었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거운 책임도 떠맡았다. 그동안 수자원 이용·관리를 놓고 사사건건 갈등이 생기고, 정치 쟁점으로 비화했다. 국론 분열로 이어지는 양상도 되풀이됐었다. 이제는 같은 부처에서 개발과 보존을 함께 다루게 됐으니 다시는 수자원 개발·관리를 놓고 정치 쟁점화나 국론 분열의 불씨로 반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문제 해결 능력도 키워야 한다. 이제 물관리 정책은 잘돼도 내(환경부) 탓, 잘못 돼도 내 탓이다.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없다. 그러려면 한쪽의 목소리보다는 객관적·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닥친 게 녹조 문제다. 그동안 4대강 사업으로 추진한 보가 녹조 증가의 주범으로 공격받았다. 녹조는 수온이 올라가고, 물순환이 되지 않아 미생물이 증가하면서 심각해진다. 지방 하천에서 들어오는 인(P) 등 걸러지지 않은 오염물질도 녹조 증가의 원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눈에 드러난 녹조 문제를 놓고 정치적 다툼만 했지 정작 녹조 증가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제 4대강에 설치된 보도 환경부가 관리한다. 지방하천 관리도 환경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녹조 발생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부처도 환경부다. 누구 탓으로 돌릴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고, 과학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다.

유역 간 효율적인 수자원 배분, 수자원보호구역에서 일어나는 개발 갈등 해결, 안전한 수돗물 공급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물 복지 확대 투자 재원 마련, 해마다 반복하는 가뭄·홍수 피해를 막는 일도 급하다. 물관리 일원화 정책은 국민의 엄청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그만큼 기대도 크다는 것을 환경부와 환경론자들은 먼저 깨달아야 한다.

chani@seoul.co.kr
2018-06-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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