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연 외교부뿐인가… ‘특채’ 전면 조사하라

[사설] 과연 외교부뿐인가… ‘특채’ 전면 조사하라

입력 2010-09-06 00:00
수정 2010-09-06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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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딸의 부적절한 특별채용과 관련, 그제 사퇴의사를 밝혔다. 유 장관 딸의 특채가 불거진 뒤 나온 외교부 간부들의 언행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게 한둘이 아니다. 공직자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일부 간부들은 “장관 딸이라고 시험을 볼 자격까지 박탈하는 건 가혹하다.”거나 “외교부 자녀들이라고 자격을 갖췄는데도 들어오지 못하는 건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말처럼 들린다.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 쓰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해도 아버지가 장관으로 있는데 딸이 공채도 아닌 특채를 통해 지원하고, 또 합격할 수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이 큰 문제다. 그런데도 외교부 간부들은 엉뚱한 말을 한다. 어떤 간부는 “장관 딸인 줄 몰랐다.”는 거짓말까지도 뻔뻔하게 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더구나 채용자격까지 바꿔가면서 유 장관 딸만 합격시킨 8월31일은 김태호 국무총리·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자진사퇴한 지 이틀 뒤다.

이렇게 감(感)도 없는 외교관들이 닳고 닳은 주요 나라 파트너를 상대로 제대로 국익을 대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외교부에는 외교관 자녀 3명이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 특별인사감사팀은 유 장관 딸을 포함해 외교관 자녀 특채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철저히 가려내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실시한 외무고시 2부시험 합격자(22명)의 41%(9명)가 외교부 고위직 자녀들이다. 이 시험은 외국에서 초등학교 이상의 정규과정을 6년 이상 이수한 자로 응시자격이 제한돼 외교관 자녀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이 처음부터 있었다.

공직 특채의 문제는 외교부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어학이라는 특수성에다 특권의식까지 있다 보니 외교부에 상대적으로 문제가 많을 수 있지만 다른 부처에도 정도의 차이일 뿐 특혜와 불공정성 여지는 있을 수 있다. 감사원이 하든 다른 기관이 하든 전 부처를 대상으로 특채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는지 전면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수이자 선결과제다. 공직이 깨끗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2010-09-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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