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0 경호 ‘콘크리트 방호벽’이 최선인가

[사설] G20 경호 ‘콘크리트 방호벽’이 최선인가

입력 2010-09-16 00:00
수정 2010-09-1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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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오는 11월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 각국 정상들을 경호하기 위해 정상회의장 주변에 높이 2.2m, 길이 1.6㎞의 안전 방호벽(차단벽)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상회의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주변을 콘크리트제 방호벽으로 촘촘히 둘러싸 테러범이나 시위대의 접근을 막겠다는 것이다. 물론 경호는 철저해야 한다. 그렇지만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다. 회의장을 둘러싸는 콘크리트 방호벽이 최선은 아니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G20 정상회의는 열릴 때마다 반세계화 시위대의 표적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철저한 경호가 필요한 것도 틀림없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30명 가까운 세계 정상급 인사들은 철저히 경호해야 한다. 하지만 경호에도 ‘국격’이 있다. 세련된 경호가 필요하다. 정상회의장 주변을 보통사람 키보다 높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 차단벽으로 둘러싸 버리면 얼마나 흉물스럽겠는가. 경호 기술상으로도 적절치 않을 것 같다. 요인들이 모일 장소라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이다.

경찰은 미국도 지난해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 기간 시위대 등의 접근을 막으려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구조물을 설치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피츠버그에서는 ‘방호벽 경호’가 탄력적으로 운용됐다. 콘크리트벽, 철망벽 등을 정상들의 차량 이동로 주변이나 시간대별로 적절히 활용했다. 회의장 주변을 일괄 차단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찰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호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국민들은 경찰을 믿고, 성공적인 경호를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벌써부터 누리꾼들이나 진보적 시민단체들은 방호벽을 ‘코엑스 산성’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경찰은 여론 동향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에게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 회의장 주변을 성 같은 차단벽으로 막아 버리면 정상들이 마음 편하게 회의를 할 수 있겠는가. 방호벽은 주변을 지나는 선량한 시민들에게도 거부감을 줄 것이 틀림없다. 경찰은 각종 방호벽을 준비해 외곽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사용하면 될 것이다. 보이지 않게 비치해 두었다가, 상황이 발생하면 적정한 것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경찰의 신중한 판단과 적절하고도 유연한 대응을 기대한다.
2010-09-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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