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성년 性결정권’ 허용 연령 높이는게 마땅

[사설] ‘미성년 性결정권’ 허용 연령 높이는게 마땅

입력 2010-10-20 00:00
수정 2010-10-20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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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여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의 학생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진 사건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충격을 주었다. 35세인 교사가 15세밖에 안 된 제자를 성적(性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그 하나이다.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그 여교사를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번째로 그 현행법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만 13세가 되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었다는 사실 역시 충격적이다.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대단히 높고, 따라서 교육자를 각별히 존중하는 우리사회는 그에 비례해 교사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만한 인성을 갖추었다고 내세우는 이들이 교직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초·중고 교실에서 보호자 구실을 해야 할 교사가 도리어 어린 학생을 성행위 대상으로 삼았다는 게 어찌 용납할 수 있는 일인가.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교사는 학생의 학교생활을 좌지우지하는,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 그런 관계에서 파생한 성행위를 단순히 ‘대가 없이’ ‘서로 좋아서’ 합의한 결과라고 인정한다면 최소한 학교 현장에서는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중학생 나이의 청소년에게 법률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미성년자는 갖가지 제한을 받는다.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다든지, 부모 동의 없이는 혼인을 하지 못하는 일 등이다. 하다못해 성인영화를 보려고 해도 만 18세는 돼야 한다. 이처럼 제약하는 까닭은 당연히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유독 성행위에서만 만 13세에 자유를 주는 것이 과연 그들을 위한 일인가. 게다가 법리대로라면 중학생은 누구나 내키는 대로 성행위를 할 수 있다. 앞으로 ‘법을 지켜가며’ 성적 자유를 누리겠다는 청소년을 방치하지 않으려면 허용 기준연령을 높여야 한다.
2010-10-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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