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셈 뻔한 ‘종교인 과세 토론 취소’ 볼썽사납다

[사설] 속셈 뻔한 ‘종교인 과세 토론 취소’ 볼썽사납다

입력 2017-11-08 22:28
업데이트 2017-11-0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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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전체 교단과 종파가 참여하는 종교인 과세 비공개 토론회를 어제 열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한 것은 실망스럽다. 토론회가 무산된 것은 개신교가 전체 교단 중 유일하게 과세 유예를 주장하며 종교인 과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전체 종단이 참석하는 토론회는 개최하지 않고 개신교만을 상대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부는 어제 ‘끝장토론회’를 갖고 이르면 내일 종교인 소득 과세안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보수 개신교계가 또 한 차례 종교인 과세 방침에 제동을 건 것은 개운치 않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등은 어제 공동성명문을 내고 “시행을 1개월여 앞두고 과세와 납세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종교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가 아닌 종교 활동과 종교단체 운영에 관한 비용을 종교인들에게 부과하는 것은 ‘종교과세’이자 ‘위법과세’”라고 비판했다. 또 “기재부의 행태는 종교계를 무시한 전시행정, 탁상행정, 종교농단”이라며 “종교인 과세 법안 시행을 유예하고 종교계와 협의 보완해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종교인 과세 방침은 당정이 이미 2015년에 결정한 사항인데 유독 개신교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는 것은 뭘 말하는가. 막판까지 종교인 과세에 ‘딴지’를 걸어 과세 자체를 못 하도록 하겠다는 뜻 아닌가.

이는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출신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과세 당국과 종교계 간에 구체적 시행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종교인 과세 시기를 유예하자고 주장했던 것과 맥이 닿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종교인 과세를 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관습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국민의 90%가 종교인 납세를 당연시하지만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다. 종교인이라고 해서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명분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종교인에 대한 부당한 특혜는 대다수 국민에게 차별을 주는 행위다. 정치권의 종교인 표심 ‘눈치 보기’, 그리고 일부 종교인의 ‘정치 권력화’로 인한 종교인 과세 무산 계획은 즉각 철회하는 것이 옳다. 특정 교단과 종파가 국민의 정서와 법 정신을 무시한 채 ‘개세주의’ 뒤로 숨어들려는 꼴은 누구에게서도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다.
2017-11-0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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