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FTA 연계’로 남북 동시 압박하는 트럼프

[사설] ‘북핵-FTA 연계’로 남북 동시 압박하는 트럼프

입력 2018-03-30 22:54
수정 2018-03-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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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비핵화 방안 균열 막을 뜻인 듯… ‘동결→폐기’ 2단계 해법 설득이 과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정 서명과 북·미 회담 연계 발언에 한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사실상 타결된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해 “위대한 합의”라고 자평한 지 하루 만에, 그것도 남북 정상회담 날짜가 발표된 지 몇 시간도 안 돼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한 행사 중 한·미 FTA 개정 협상과 관련, “북한과의 협상이 타결된 뒤로 (서명을) 미룰 수 있다”면서 “왜 그런지 아느냐, 이것이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북·미 협상 타결을 직접 언급한 것으로 볼 때 북·미 회담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고, 남북한 간 협의가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아니면 한·미 FTA 협상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트럼프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전략을 놓고 한국 정부와의 균열을 막기 위해 보낸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보고 있어 허투루 넘길 사안은 분명히 아니다.

어느 쪽이든 한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허를 찔린 셈이다. 트럼프가 자신의 전략대로 상황을 끌고 가기 위한 ‘충격요법’일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놓고 북한 김정은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밝힌 ‘단계적 동시적’ 해결이 아닌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방식에 한국의 공조를 못 박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아직 자신이 염두에 둔 북핵의 ‘완전한 비핵화’가 강경파 사이에서 거론되는 ‘선(先) 핵 폐기 후(後)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인지 여부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어제 “북한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리비아식 북핵 해법에 반대 입장을 밝혀 미국의 반응이 주목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맞교환하는 ‘통 큰’ 합의에서 현실론을 이유로 단계적 비핵화로 기울고 있는 청와대는 북·중과 미·일 사이에 끼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보장 원칙에 먼저 합의하고, ‘동결→폐기’라는 2단계 해법으로 미국과 북한을 설득할 것으로 보이나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협상은 서명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정부는 논란이 일고 있는 한ㆍ미 FTA와 환율 문제를 패키지로 협상했다는 미국 측 발언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밝혀 논란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기 전에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우리 쪽 발표가 성급했을 수도 있지만 국가 간 합의를 식은 죽 먹듯 뒤집는 것 역시 세계 최강국에 걸맞은 행태는 아니다.
2018-03-3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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