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들 ‘밥그릇’ 싸움에 누더기 된 연동형비례대표제

[사설] 정당들 ‘밥그릇’ 싸움에 누더기 된 연동형비례대표제

입력 2019-12-16 22:38
수정 2019-12-17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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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의 등가성을 확보하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도입하겠다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누더기가 됐다.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지난해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도입을 합의했으나 이후 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등 엉뚱한 역제안을 하면서 공전을 거듭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을 제외하고 야당들과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했다. 당시 합의안이 지역구는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75석으로 늘리는 안이었다.

현재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누더기를 넘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자칫 헌법소원 등을 비롯한 정치적 혼란의 가능성도 우려된다. 가장 큰 책임은 여야 합의를 부정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한국당에 명백히 있다. 하지만 민주당 또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민주당은 이른바 ‘4+1 협의체’에서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 연동률 50% 적용’ 방안에 합의했으나, 다시 비례대표 30석만 적용하는 캡을 씌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은 결과적으로 지역구 3석을 줄이려고 패스트트랙에 법안을 태우는 등 이 난리를 쳤나 한심한 지경인데, 그 적용 범위를 더 좁히려 한다니 왜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현 수정안은 한국당과의 합의 처리를 명분으로 세웠지만, 민주당의 이익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내놓은 제안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석패율제를 내세우며 일부 의원의 정치적 입지를 먼저 고려한 정의당 등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정치개혁이라는 초심으로 돌아가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최대한 살릴 방안을 마련하고, 정의당 등도 다당제로의 전환을 위해 새 수정안에 합의하는 대승적 결정을 해야 한다.

2019-12-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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