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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약 검사 의무화의 문제점/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기고] 마약 검사 의무화의 문제점/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입력 2022-09-12 19:58
업데이트 2022-09-13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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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마약 관련 사건·사고가 늘고 있다. 최근 필로폰 투약 혐의로 래퍼가 구속되고 집단환각 파티에서 필로폰 섞인 신종 마약이 적발됐다. 손님이 몰래 필로폰을 타서 건넨 술을 마신 유흥주점 종업원이 숨졌고, 술을 권했던 손님은 차를 몰고 가다 사고를 내고 사망했다.

빠르게 확산하는 마약의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30여개 직종의 자격 또는 면허를 취득하거나 경찰, 공무원 및 선원을 채용할 때 마약 검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마약 검사 의무화 제도는 취지와 달리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어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마약 검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전문인력과 신뢰성 있는 검사법 등을 기반으로 준비돼야 하는데 규정도 없이 시행되고 있다.

첫째, 400종 이상의 마약류 중 검사 대상 마약에 대한 기준이 없다. 검사 방법과 검사 과정에 대한 규정 및 지침도 없다. 기준이 없다 보니 검사받는 곳에 따라 검사하는 마약종류가 다르고 검사 방법도 다르다. 둘째, 의료기관 등에서 TBPE 검사를 대표적인 마약 검사로 홍보하는 것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TBPE는 1980년대 필로폰 확인에 잠시 사용됐지만, 감기약 등 많은 약물이 양성으로 반응해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를 마약 사용에 대한 검사라고 하는 것은 마약 검사의 기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검사 결과 처리에 대한 규정도 없다.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예비검사에서 양성이 검출되면 18%만 경찰에 신고하고 82%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넷째, 마약 검사를 위한 소변 채취 과정은 일반적인 신체검사 때와는 달리 채취 장소, 운반, 보관에 대한 보안 및 인수인계 절차가 철저해야 한다.

따라서 마약 검사를 직종마다 법제화하기보다 관계기관이 중심이 돼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목표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전문가 의견에 따라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검사 대상 마약을 지정해야 한다. 둘째, 마약 검사는 검증된 표준시험법에 따라 실시해야 한다. 검사 수행 방법, 수행 절차, 검사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신뢰성이 확보된 마약 검사용 기기 및 장비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모든 검사기관이 같은 검사 결과를 생산할 수 있도록 마약 검사 인증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마약 검사는 마약 폐해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시스템을 갖춰 추진돼야 예산 낭비 없이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법의 취지에 맞게 국민의 안전, 보건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22-09-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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