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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케이팝 일색 해외 한국축제, 점검 필요하다/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문화마당] 케이팝 일색 해외 한국축제, 점검 필요하다/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입력 2022-05-18 20:28
업데이트 2022-05-1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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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장
세계 곳곳의 문화 현장을 다니다 보면 그들의 지역 축제나 행사에 우리나라의 특색 있는 공연팀 또는 센스 있는 홍보 부스라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순간들이 종종 있다. 잘 알려진 현지 축제를 용케 알고 찾아오는 한국 아티스트를 보면 대견하고 멋있으면서도 지원이나 컨설팅을 조금만 더 잘 받았다면 모객도 잘되고 의상, 공간, 시간 등에서 훨씬 더 주목받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국 교민 사회가 발달한 국가에서 열리는 소규모 한국축제도 꽤 많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독일 베를린 등 큰 도시를 제외하면 공원 한켠에서 우리 교민과 지인들끼리 소박하게 개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이 자랑스럽다며 수십 년간 간직해 둔 한복을 정성껏 차려입고 김밥과 떡볶이를 나누어 먹는 작은 축제지만, 교민들 표정에선 대형 축제 못지않은 자부심이 묻어난다.

많지는 않지만, 한국 행사를 잘 운영하는 곳도 있다. 수년 전 진주성 취타대가 독일 한국문화원을 통해 베를린 카니발에 참가했는데, 현지인 축제에 우리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한 전략이 돋보였다. 프랑스의 고급 휴양지이자 문화도시인 몽펠리에의 한국문화축제도 좋은 사례다. 케이팝 등 한국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현지 교육청의 적극적인 후원과 한국문화원의 노력으로 한글, 문화, 축제로 이어진 매우 모범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만큼 해외의 한국축제가 불모지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제는 좀 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 국가 브랜드도 좋고 예산도 많은 데다 K방역, 치안, 정보기술(IT), 영화, 음악, 한식, 게임, 댄스, 태권도, 최근엔 문학까지 주목받는 분야도 많은데 왜 아직도 해외의 한국축제와 행사에서는 주야장천 케이팝 콘서트만 하고 있는 걸까.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하기엔 이런 안타까운 현상이 너무 오래됐다. 물론 케이팝이 한국을 알리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재능 있는 케이팝 가수들이 전 세계를 돌며 ‘한국 방문의 씨앗’을 열심히 심어 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 고도의 전략을 짜야 하지 않을까. 케이팝 가수들이 ‘붐업’을 이토록 잘해 주고 있으면 때를 놓치지 말고 세계 무대에 우리 문화를 골고루 등판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방문해도, 문화주간·문화교류·수교기념 행사를 해도, 관광홍보를 해도 결국 해외에서 하는 모든 한국 행사는 케이팝으로 시작해 케이팝으로 끝난다. 그러니 공공기관이 넉넉한 예산으로 연예인 섭외하는 게 뭐가 어렵냐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이제 시작이지만, 해외에선 문화행사들이 활발하다. 이참에 해외에서 개최되는 각종 한국 행사들의 기능과 활용도를 폭넓게 고민해 보면 어떨까. 특히 각국 교민의 열정만으로 공원 잔치처럼 개최되는 한인 행사들을 개발해 우리 문화를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각국에서 유학 중인 한인 학생들이 스스로 한국 문화의 홍보맨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소품, 비용 등을 손쉽게 구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올 초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한복 세 벌 빌리려다 대학축제 참여를 포기할 뻔했다는 유학생의 경험담은 촘촘하지 못한 우리 현실을 잘 보여 준다. 무엇보다 당장 중요한 건 해외 한국문화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국관광공사 같은 유관기관이 모여 회의부터 해야 할 듯싶다. 얼마나 비슷한지. 한국문화는 케이팝만이 전부가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이 노 저어 주는 지금 물때를 놓치지 말자.
2022-05-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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