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한 해에 책 한 권은

[문화마당] 한 해에 책 한 권은

입력 2024-05-09 00:09
수정 2024-05-09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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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2년에 한 번씩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10년 넘도록 매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 성인 독서율의 추이를 보자면 책동네 사람들은 심란한 표정을 숨기기 어렵다. 한 해에 한 권 이상 읽은 성인 비율은 2013년 72.2%였는데, 2017년 62.3%를 거쳐 2021년 과반 이하인 47.5%로, 지난해엔 43%로 가파른 감소세를 보였다.

그나마 이 수치는 종이책과 전자책, 듣는 책을 모두 합한 통계다. 이 중 종이책만 떼어 보자면 우리나라 성인 중 1년에 종이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은 세 명 중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성인 독서율이 90%에 육박하던 1990년대 문맹이 아니라면 누구든 1년에 책 한 권 정도는 읽었다. 전철이나 버스, 공원이나 대기실, 어디든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사람들은 가방 속 책을 꺼내 접어 놓은 페이지를 맵시 있게 펼쳐 들었다.

자기를 닮은 제목과 표지의 책을 든 사람들의 풍경은 정겹고 즐거웠다. 그러다 흘낏 눈이 간 앞자리에 나와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을 마주하면 묘한 연대감을 느끼기도 했다.

새침한 사람들은 포장지로 깔끔하게 책을 싸서 자기가 읽는 책의 표지를 가리기도 했고, 멋쟁이들은 그마저 패션 아이템처럼 포인트 있게 꾸몄다.

공공장소에서 책 읽는 사람을 보기가 어려운 시절이다. 책을 쥐었던 손은 스마트폰을 쥐었다. 책이 가진 효용과 정서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이동 간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집약해 놓은 스마트폰으로부터 예전의 지위를 되찾아 오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책상 위나 거실 테이블, 침대 머리맡, 화장실 구석에 아무렇게나 책을 올려놓은 집을 보기도 어렵게 됐다. 여러 권의 책을 이곳저곳에 늘어놓고, 아무 때라도 짬이 나면 팔을 뻗어 책 속의 이야기를 따라가던 독서광들의 시대는 영화롭던 과거가 됐다.

스마트폰 하나면 안이고 밖이고, 앉아서건 누워서건 내가 원하는 영상을 끊임없이 볼 수 있는 지금이다. 단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2023년 독서실태조사에서 성인들의 ‘읽기와 관련한 경험’ 항목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은 ‘인터넷 검색 정보’(77%)나 ‘문자 정보 읽기’(76.5%)로 나타났다.

단편적 정보를 얻기 위한 검색, 누군가가 보낸 홍보를 수용하는 읽기가 독자의 생각에 얼마만큼의 넓이와 깊이를 제공했을지, 독자의 마음에 어떤 감동과 영감을 주었을지 생각해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읽는다’는 것은 독자가 글을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 이를 통해 깊이 있는 사고 경험에 이르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검색 정보나 문자 정보를 읽는 것은 빠르고 편리하게 정보를 취득하는 방편이 되지만, 그러한 효율성으로 잃는 것도 많다.

이해할 필요도 집중할 필요도 없이 요약된 정보들은 독자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독자의 집중력이나 이해력, 비판적 사고가 작동하고 훈련될 가능성은 작다.

그러니 우리의 뇌와 생각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책 읽기는 꼭 필요한 활동이다. 삐걱대는 몸 건강을 위해 마음먹고 시간을 쪼개 운동하듯 독서를 위해 마음을 먹어 보자. 까짓것, 한 해에 한 권을 못 읽을까.

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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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위원석 딸기책방 대표
2024-05-09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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