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맹 “전능한 인재는 없어…
허물 부끄러워하는지 살펴야”
尹, ‘사리’ 챙기는 인물 솎아내길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 과거에서 18세에 장원급제한 강희맹(1424∼1483)의 문집 ‘사숙재집’(私淑齋集)에 나오는 이야기다. 세종은 자신이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했고, 인재를 모시는 데도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고 있다. 훌륭한 인재가 임금인 자신과 뜻이 맞지 않아 등용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성군의 모습이다.
장원급제한 강희맹 답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임금이 올바른 도리로 구하면 인재는 항상 있다. 완전하고 전능한 인재는 없다. 적합한 자리에 등용해 역량을 기르게 해서 인재를 육성하면 된다. 인재를 등용할 때 단점은 보지 말고 장점만 보면 된다. 단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절대로 쓰면 안 된다.” 이 답안을 조금 쉽게 풀이해 보자. 먼저 사람을 쓸 때 지연, 혈연, 학연, 내 사람 여부에 구애되지 않아야 한다. 인재가 없다고 탓하지 말고 육성하면 된다. 흠 없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흠이 있어도 사람이 유능하고 자신의 흠을 부끄러워하면 써도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18세 소년이 쓴 대단한 답안이다.
세종은 즉위 후 국비유학생 제도를 시행해 20명을 중국에 유학 보내고, 집현전을 만들어 인재를 100여명 배출했으며, 안식년에 해당하는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를 시행하는 등 인재 양성에 각별했다. 자신이 세자가 되는 데 반대한 황희를 중용하고, 인사검증 절차인 서경(暑經)을 통해 허물이 드러난 사람이라도 유능하면 등용하고 계속 썼다. 강희맹은 세종의 이러한 인사 정책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강희맹 답안은 지금 우리 실정에 대입해도 사사하는 바가 크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일찍이 공자(孔子)도 앎(知)이란 바로 사람을 알아보는 지인(知人)이라고 갈파했다. 사람을 판단할 때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인지를 가려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희맹은 지적한 것이다. 소위 염치가 없는 사람은 절대로 쓰지 말라는 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을 반듯하게 지키지 못한 사람이다. “자신을 반듯하게 지키면 영을 내리지 않아도 영이 서고, 반듯하게 지키지 못하면 영을 내려도 영이 서지 않는다”는 공자님 말씀을 새기라는 뜻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일까? 상식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공직자를 이 간단한 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 공익보다 사익을 앞세우는 공직자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다. 일이 잘되면 자기 공이고 잘못되면 남 탓으로 돌리는 사람, 자기를 드러내는 일에 열중하는 사람, 국익보다 자기 조직 이익에 충성하는 사람,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한 사람, 어렵고 위험한 일에 몸을 사리는 사람, 역지사지를 못 하는 사람 등은 공직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많은 사람이 고위 공직에 임명된다. 최선의 인사는 드물다. 흔히들 차선의 인사가 최선이라고 한다. 차선은 바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은 쓰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2022-03-3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