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주오사카 총영사
이날 간담회에는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을 중심으로, 도쿄, 센다이, 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에서 370여명의 동포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의 규모도 최대급이었지만 무엇보다 의미가 컸던 것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포들이 고루 참석해 명실상부하게 동포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모임이 됐다는 점이다. 이전의 간담회가 주로 민단 간부 중심으로 열렸다면, 이번은 민단뿐 아니라 신정주자, 사업가, 민족학교 관계자, 학술 및 예술인, 의사와 변호사, 청년 그리고 군사정권 때 조작 간첩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사람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인 ‘화합의 잔치’였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오월동주인 것도 같고 경계를 허문 것도 같고 헷갈리지만, 이렇게 다양한 동포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좋지 않은’ 최근의 한일 관계를 반영하듯 동포들의 고충도 가감 없이 쏟아졌다. 오용호 오사카민단 단장은 환영사에서 “한일 우호친선 없이 재일동포 사회 발전도 어렵다”고 호소했고, 여건이 민단중앙 단장은 건배사에서 “한일 관계는 우리에게는 사활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의 말에 국교정상화 이전부터 재일동포들이 조국에 경제적으로 공헌해 온 구체적인 실적, 한일 시민단체의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록, ‘제3의 한류’ 열풍 등의 사례를 들며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우호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뜻은 아베 신조 총리의 외면으로 이번 기회엔 성사되지 못했으나 한일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만은 동포들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역시 이번 간담회의 압권은 백두학원 건국학교 전통예술부의 공연이었다. 사물놀이와 사자춤, 상모돌리기 등 한국 전통의 가락과 춤, 민요로 구성된 박력 만점의 공연은 간담회장 분위기를 압도했다. 민족학교 및 민족학급에 다니는 학생들이 그린 동포들의 초상화로 장식된 배경막의 ‘대한민국’이란 글씨와 함께 이들의 공연은 재일동포의 미래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줬다. 재일동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 학생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라의 뿌리를 잃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는 것을 목도하면서 감격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
“여러분이 누구에게나 자랑할 수 있는 조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격려사 마지막 대목은 마치 ‘동포 어린이들’의 분투에 공명하는 정부의 다짐처럼 들렸다.
2019-07-01 2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