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피아노/최용규 논설위원

[길섶에서] 피아노/최용규 논설위원

입력 2011-07-27 00:00
수정 2011-07-27 00:2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기 좀 주물러 줘….” 새벽녘 또 아픈가 보다. 아내와 나는 작년 8월 안방의 피아노를 딸 방으로 옮겼다. 수능이 끝날 때까지 딸 아이에게 안방을 내주자는 아내의 제안이 있은 뒤였다. 내키진 않았지만 달리 도리가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아내의 ‘보물 1호’ 영창피아노. 문턱을 넘어가야 하는데 돌덩이 같다. 온몸을 땀으로 목욕하고 나서야 겨우 옮겼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통증을 호소하던 아내는 급기야 왼쪽 팔을 어깨 위로 올리지 못한다. 힘줄이 파열됐다. 1년 이상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상한 주사’를 맞는 날이면 완전 그로기 상태다.

그런 아내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마트에 간다. 공부방 10여명 아이들의 반찬이며, 간식거리를 챙겨야 한다. 남편 잘못 만난 탓이다. 근무 부서가 바뀌었다. 밤 아홉시나 열시쯤 마트 가는 아내를 따라나선다. 꽉 찬 장바구니는 내가 들기에도 무겁다. 그 팔로 근 1년을 날랐구나. 퇴근 무렵 휴대전화기 단축번호 1번을 꾹 누른다. 몇시에 가? 오늘도 아내의 짐꾼이 된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2011-07-27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전과자의 배달업계 취업제한 시행령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강력범죄자의 배달원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된 가운데 강도 전과가 있는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속죄하며 살고 있는데 취업까지 제한 시키는 이런 시행령은 과한 ‘낙인’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전과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이런 시행령은 과하다
사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