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술은 석 잔’/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술은 석 잔’/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7-07 17:54
수정 2017-07-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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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간 외국인 지인의 집. 현관에서 실내로 들어선 순간 벽에 붓글씨로 써 붙여 놓은 A3 크기의 종이가 눈에 들어온다. ‘술은 석 잔까지.’ 서명도 들어 있다. 박장대소를 할 수밖에. 집에서만이라도 반주는 석 잔을 넘지 말아야 하겠다는 뜻이라 한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일종의 자계명(自戒銘)이다. 맥주로 시작한 식사는 부어라 마셔라가 됐고, 순식간에 석 잔을 넘어 와인 세 병을 비웠다. 처음부터 지키지 못할 자계명이었다고 둘이 웃고 자리를 파했다.

‘뜻을 크게 가지고, 말은 적게 할 것’으로 시작하는 율곡 이이의 자경문(自警文)은 20살 때 자기 수양을 위해 썼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스스로를 다잡을 셈으로 이런 유의 글을 써서 책상에 붙여 놓고 되새겼다. 최근까지도 책은 몇 권을 읽고,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며, 여행을 많이 다닐 것이란 연중 자경문을 써서 가방 속에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 그깟 자경문을 지니고 다닌들 실천이 되겠는가. ‘소주는 2병까지’란 약속은 잘 지킨다. 마시는 것만큼은 관대하게 할 법임을 ‘술은 석 잔’에서 새삼 느낀다.
2017-07-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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