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봄 산행/이동구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봄 산행/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0-03-10 17:18
업데이트 2020-03-11 02:35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틈틈이 다니던 길인데 그때마다 새롭다. 울퉁불퉁한 모양새와 그리 가파르지 않은 비탈도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다. 걷다가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장소도, 새들이 울어대는 곳도 매번 달라진다. 등산로 옆을 지키고 서 있는 갖가지 나무며 이름 모를 잡풀들도 아침저녁 모습을 달리하는 것도 알아챈다. 마주치는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리.

산행은 주로 혼자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길 수 있다. 빨리 오르든, 천천히 내려오든, 어디에서 쉬었다가든 고민할 것도 눈치 볼 것도 없다. 그저 이끌리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하면 된다. 굳이 정상을 향하지 않아도 된다. 머물고 싶은 만큼, 보고 싶은 것만 실컷 보다 내려오면 될 일이다. 목이 마르면 산자락 두부집에서 막걸리라도 한잔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어진다.

젊은 날을 함께했던 이들과 산행을 약속했다. 모처럼 함께하는 나들이라 괜스레 기다려진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다 자연이 준비한 봄 소식도 더해질 테니 설렘이 없을 수 있나. 무슨 이야기들이 오갈까. 노란 산수유 꽃은 벌써 피었겠지. 분홍색 꽃망울을 머금은 진달래는 산기슭 어디쯤에서 볼 수 있을까. 올해 봄 산행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미리 떠올려 본다.

yidonggu@seoul.co.kr
2020-03-11 33면
많이 본 뉴스
공무원 인기 시들해진 까닭은? 
한때 ‘신의 직장’이라는 말까지 나왔던 공무원의 인기가 식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9급 공채 경쟁률은 21.8대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낮은 임금
경직된 조직 문화
민원인 횡포
높은 업무 강도
미흡한 성과 보상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