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자영업의 위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자영업의 위기/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20-07-16 17:42
수정 2020-07-17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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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빚어지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 불안정이 한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22번이나 되는 대책 발표에도 아파트 매매가와 전월세 값의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 서울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11% 올라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7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열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덩달아 상가의 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은 상가 전월세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은 시중에 돈이 넘쳐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그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시중 통화량은 3053조 9000원으로 4월보다 35조 4000억원이 더 풀렸다. 2001년 12월 이후 최대폭의 증가다.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5월 시중 통화량은 무려 9.9%가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업에 대해 정부가 신용공급을 확대하고, 재정지출이 지방정부로 유입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당장 종업원 월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 2월 전주에서 시작된 ‘착한 건물주 운동’으로 자영업자의 월세 부담을 경감해 주는 운동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잊혀진 상황이 아닌가 싶다. 매출는 감소하고 월세 부담은 줄지 않으니, 고용부에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신청자가 몰려들고 있다. 6월부터 지금까지 무려 134만 9353명이 신청했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인원 114만명을 이미 초과했다.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해 프리랜서, 무급휴직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1인당 150만원을 3개월에 나눠 지원한다. 신청 기간인 오는 20일까지 훨씬 많은 사람이 정부의 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게 통계 수치로 확인됐다. 올 상반기 자영업자가 14만명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로 수익은 크게 줄어들고 있고, 인건비와 임대료는 늘어나는 데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폐업 처리 전문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가구점들은 땡처리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자영업자는 전체 근로자의 25%로, 근로자 4명 중 1명이 자영업자다. 시중에 돈이 넘쳐나는데도 국민 대다수의 살림살이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정부는 이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어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yidonggu@seoul.co.kr

2020-07-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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