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9·11 10년, 3·11 반년/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열린세상] 9·11 10년, 3·11 반년/국중호 日 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입력 2011-09-17 00:00
업데이트 2011-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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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국중호 日요코하마시립대 재정학 교수
2001년 9월 11일 미국 동부에서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난 지 10년,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부에서 대재해가 발생한 지 반년이다. 양국의 대응은 어떻게 나타났을까? 미국인과 일본인이 탄 배가 조난당했다. 촌시가 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들을 곧바로 뛰어내리게 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인에게는 “뛰어내리면 당신은 영웅입니다.”라고 하면 되고, 일본인에게는 “모두 뛰어내리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9·11 이후 10년간의 빈라덴 ‘사냥극’과 3·11 이후 일본의 대처에서도, 이 조크에서 말한 양국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9·11이 발생하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리 미국을 누가 감히!’라는 태도로 자신이 영웅인 양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였다. 9·11 발생 다음 달 빈라덴 잠복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원리주의 탈레반 정부를 전복시켰고, 2003년에는 대량살상무기 색출을 내세워 이라크 침공을 강행했다. 이들 전쟁으로 9·11 사망자(약 3000명)의 두 배 이상 목숨을 잃었고 미국의 재정악화도 심각해졌다. 테러 응징 과정에서 미국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반(反)알카에다 독재 이슬람국가들을 두둔하는 모순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3·11이 발생하자 대재해 상황 방송과 함께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힘내라 일본! 일본의 강점은 단결력! 일본의 힘을 믿는다!’ 등의 구호가 TV화면을 도배했다. AC재팬(옛 공공광고기구)이 내보낸 문구들이다. 이 문구들은 돌출하여 나서지 않고 ‘모두 함께!’를 강조하는 일본인의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국의 미디어는 초반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분투하는 50명의 노동자들을 ‘일본을 구하는 영웅들’이라 치켜세웠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우리는 영웅도 아니고 영웅이 되고 싶지도 않다. 다만 우리 일이니까 우리가 할 뿐”이라고 했다.

9·11과 3·11에 대처하는 양국의 일처리에는 흐지부지가 없고 뒷심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후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 전쟁에 대해 “꼭 할 필요는 없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도 9·11 테러 주모자 빈라덴을 기어이 찾아내어 살해하는 질긴 앙갚음을 보였다. 전례를 참고한 일본의 재해 대책도 대단했다. 재해 피해가 컸던 해안가 산리쿠 마을은 메이지부터 쇼와시기(1868~1989)에 일어났던 재해 조사 지도를 보면서 훈련을 반복해 왔다. 3·11 재해는 미증유였던지라 우왕좌왕이 있었다. 앞으로 일본인들은 3·11의 지진, 쓰나미, 원전사고를 반영한 ‘재해지도 매뉴얼’을 만들 것이다.

무차별 테러가 결코 용서받을 일은 못 되지만 테러의 근저에는 이슬람의 빈곤, 소외, 차별, 비민주화라는 요인이 있었다. 이들 요인의 해결이 테러 근절로 직결된다. 이집트, 시리아, 예멘, 요르단 등 이슬람 독재국가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면서 알카에다의 지지기반도 약화되었다. 이러한 때 빈라덴이 잡혔다. 지난 5월 빈라덴 사살을 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정의가 이루어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왜 미국만의 정의인가? 이제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이슬람국가의 민주화를 도와 빈곤, 소외, 차별을 없애는 관용 있는 정의가 필요하다. “이런 관용을 베풀면 당신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일본의 3·11은 2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10조엔 이상의 재산피해를 가져왔다. 이런 엄청난 가시적 피해와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형언할 수 없는 아픔으로 패닉에 빠질 수도 있었다. 그러면 안 되겠기에 일왕은 연일 국민을 보듬었다. 재해민을 찾아 무릎 꿇은 자세로 독려하고 폐허 속 죽음에 머리 숙였다. 무너진 공장더미 안에서 재기의 지푸라기를 움켜쥔 아저씨와 갯벌에 묻힌 딸아이 사진을 찾아낸 아줌마가 눈물 고인 눈으로 웃었다. “아, 당신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함께 있습니다.”

두 국가 모두 결코 포기하지 않는 9·11과 3·11이었다. 미국의 9·11은 밖으로의 응징을 포기하지 않았고, 일본의 3·11은 안으로의 결속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무엇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걸까?
2011-09-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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