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전투기 조종사 부족 특단의 대책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전투기 조종사 부족 특단의 대책을/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입력 2011-10-08 00:00
수정 201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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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전의 성패는 제공권 장악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폭탄의 위력이 더 강해지고 더 정밀해질수록 제공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F15K 전투기에 20여발이나 장착 가능한 500파운드 폭탄 1발의 위력이 무려 200m의 살상반경을 가진다고 하니 아군의 머리위로 적군 전투기가 날아온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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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현재 우리 공군은 400여대의 각종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투기 한 대는 여러 명의 조종사가 교대로 조종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투기, 수송기 등 각종 항공기의 필요 조종사는 2226명이다. 하지만 공군은 2060명의 조종사만 있어서 166명이 부족한 현실이고, 이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 해에 100여명의 조종사가 민간항공사 취업을 위해 조기전역을 하고 50여명은 만기전역을 한다. 그런데 공군사관학교 한 해 졸업자가 120여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태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조종사들이 이렇게 부족하게 된 원인은 최근 저가항공사들의 출현으로 조종사 수요가 많아진 데다가 경제의 급성장으로 항공수요가 급증한 중국이 영어에 능통한 한국조종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자체 양성 시스템이 없는 업체가 많고, 군에서 고난도의 조종 기술을 습득한 데다가 장교출신의 특성상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어서 군 출신 조종사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군의 입장에서는 KF16전투기 교관급 숙련 조종사 양성에 약 109억원을 투자하는데 이를 고스란히 민간항공사에 넘겨주어야 하니 뼈아프기만 하다.

조종사들이 조기전역해 민간항공사를 선택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삶의 질’이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5분대기, 30분대기, 1시간대기 등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남들처럼 부인과 마트에 쇼핑도 못 가고 아이들과 놀이공원은커녕 외식도 제대로 못한다. 가족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런데 민간항공사에 취직하면 이 모든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

둘째, ‘진급문제’다. 군은 통상 중령까지를 실무자로 보고 대령부터 결재권자로 본다. 대령이 되고 싶은데 그 확률이 너무 적다. 적은 확률에 인생을 걸기보다는 여유로운 인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문제’다. 정년까지 군에 남아 있으면 종신연금 등의 혜택이 있지만, 당장 많은 보수를 주는 민간항공사는 매력적이다. 특히 최근 중국 항공사들은 국내항공사들보다 훨씬 많은 보수를 약속하며 유혹하고 있다고 한다.

전투기 조종사들은 국가의 전략적 자산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조종사 유출을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 위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먼저 삶의 질 부분에 있어서 보다 많은 여유시간 확보를 위해 정원을 더 많이 책정하여 더 많은 조종사를 확보해야 한다. 군인은 계급이 곧 명예다. 대령의 정원을 조종사에 한해 대폭 늘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해 줘야 한다. 이는 정원, 합동직책 등과도 연계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육군, 해군과 공군 내에서도 타병과의 양해가 있어야 한다. 보수 문제에 있어서 현재도 15년 의무복무기간 후의 조종사에게 월 100만원의 수당을 더 주고 있다고 하지만, 의무복무기간과 수당을 더욱 상향해서 실속과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들도 조종사 유출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의무복무기간을 25년으로 하는 프랑스, 65세까지 취업을 보장해 주는 일본, 비행수당을 상당히 많이 주는 미국이나 영국 등이 있지만, 특히 이탈리아의 방법이 좋아 보인다. 의무복무기간을 18년으로 하고 대령 진급을 80%까지 보장해 주는 것이다. 같은 군인인데 조종사에게 너무 많은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닌가, 또는 의무복무 연장으로 너무 심한 제한을 하는가 하는 논란의 소지도 있지만, 이런 특단의 대책이 없고서는 전략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조종사를 붙잡아 둘 수 없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명예심만으로는 한 가정의 가장을 모두 붙잡아 둘 수 없는 것이다. 군과 정치권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2011-10-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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