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26)에게는 알듯 모를듯한 구석이 많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야무지다 못해 ‘악바리’처럼 무모하고 당돌한 면모를 과시하다가도, 사석에서는 자신이 한 얘기에도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수줍어하고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오는 8일 10번째 출연작인 ‘형사 Dualist’(이명세 감독)의 개봉을 앞두고 지난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양손에 든 2개의 단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뭇 남성을 제압하는 영화속 캐릭터와 달리, 질문을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고민하고 쩔쩔매는 실제 모습은 ‘앞에 앉아있는 이 사람이 진짜 하지원 맞나’라는 생각을 하게했다.
배우 하지원 ‘형사 Dualist’ (이명세 감독) 스틸컷
◇일년을 기다렸다! = ‘형사~’는 개봉까지 준비기간을 포함해 1년이 걸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6월까지 꼬박 7달동안 촬영했다.

◇‘형사~’는 드라마 ‘다모’의 스크린 버전? = 원작은 같지만 다른 작품이다. 원작인 만화에서 인물만 가져왔다. 시나리오를 보고 이명세 감독님이 연출한다는 얘기를 듣고 출연을 마음먹었다. 드라마 ‘다모’도 무척 아끼는 출연작이지만, ‘다모’때문에 ‘형사~’를 선택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죽을 고생을 했다 = 전방 낙법을 연습하다가 목뼈가 부러진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단순한 신경통인 줄 알고 그냥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부러진 목뼈가 다시 붙고 있다며 다행이라고 의사가 얘기해주더라. 촬영전 선무도와 무용을 배운 덕택인 것같다. 신경계통을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는데…. 아픔을 잘 참는 것인지, 둔한 것인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이명세는 악질 감독? = 하루는 이 감독님이 “내가 충무로에서 악질로 소문이 자자하다며?”라고 슬쩍 물어보시더라. 작업 방식이 꼼꼼하고 섬세하다는 얘기를 여러 선배님들로부터 자주 들어 실은 촬영전에 겁을 잔뜩 먹기는 했다. 그런데 대부분 잘못된 소문이었던 것같다. 내 연기의 잘못된 점을 몸소 보여주며 교정해 줄 정도로 친절하고 자상한 감독님이었다.

◇이제서야 나를 후배로 인정해 준 안성기 = 지난 2000년 데뷔작인 ‘진실게임’에서 안성기 선배님과 처음 공연했다. 그때도 물론 인자했지만 내게 말을 자주 걸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촬영장에서 시간만 나면 손수 오징어와 소시지를 구워주고 재미있는 농담을 던지는 등 많은 얘기를 해 주셨다. 아마도 이제서야 나를 얘기가 통하는 후배로 봐주시기 시작한 것같다.

◇강동원이 더 예뻐? = 이명세 감독님에게 가장 섭섭했던 부분이다(웃음). 농담이고, 영화에서 강동원은 무조건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게 감독님의 지론이었다. (강)동원이는 칼만 한 번 우아하게 휘두르면 적들을 모두 제압하는데, 나는 뛰어가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슬라이딩을 해야만 겨우 싸울 수 있고…. 동원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명을 설치하는데도 나보다 두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하지원은 쓰기에 따라 용도가 다른 칼? = 조금 어려운 질문인데….

◇출연작마다 완성도가 조금 들쑥날쑥하다는 뜻 = 글쎄…, 매번 흥행도 잘되고 완성도도 높은 영화에만 출연할 수는 없지 않을까. 작품에 임한 마음이 진실했다고 확신한다면 만족해야 한다.

◇10번째 영화에서 얻은 것 = 어느새 10번째 영화를 찍었다. ‘형사’를 촬영하면서 고민과 고생을 많이 할수록 결과는 좋아진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형사’가 개봉되면 관객에게 듣고 싶은 말 =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 부끄러운데, 요즘 자주 꾸는 꿈 내용이 ‘대박’을 축하하는 파티장에서 끝이 운동장만큼 넓게 퍼지는 드레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이다(웃음). 많이 긴장하고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기대를 하는 모양이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로부터 ‘굿(Good)!’ 또는 ‘야, 이 영화 정말 죽인다’란 평가를 들으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조성준기자 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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