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브라질人도 사망,약 70명 10일째 농성
일본 불법입국자 수용소에 구금된 한국인과 브라질인이 자살하는가 하면 강제추방 예정자였던 한 아프리카인이 강제출국차 공항으로 가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수용소 구금자들이 1주일 넘게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20일 일본 인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출신이 다수인 70명 가량의 도쿄 북동부 우시쿠 이민센터의 수감자들은 지난 10일부터 단식농성 중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외국인들도 일본인들과 똑같은 인간”이라며 종교활동까지 제약을 받는 열악한 상황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일본) 당국은 장기간 구금,신앙생활 통제,정신과 육체에 대한 고문을 통해 망명 요구자들이 자진해서 출국하기를 강요하고 있다.일본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결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3월 일본 이민 당국 관리들이 45세의 가나 출신 불법입국자를 카이로행 비행기에 태워 보내려 데리고 가다가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건이 이들의 단식농성을 촉발시켰다.
그의 일본인 아내는 당국에 사인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으나 나리타 공항 경찰 대변인은 “검시를 했지만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그의 입 안에 수건을 쑤셔 넣어 재갈을 물리는 바람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25세의 브라질인과 47세의 한국인이 목 매 자살한 사건도 일본 당국의 가혹한 처우를 입증한다고 농성자들은 주장했다.
우시쿠 이민센터 관계자는 “매우 불행한 사건”이라며 “일본 법 질서를 무시한 채 강제추방되기를 거부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망명 신청자 수는 2008년 이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는데 미얀마와 스리랑카의 내정혼란이 주요인이라는 것이다.지난해의 경우 망명 신청자 1천388명 가운데 미얀마인이 568명,스리랑카인이 234명이었다.
앞서 지난 3월 조지 부스타만테 유엔 인권특사는 일본 당국이 자녀가 딸린 부모들은 물론 망명 요구가 거부된 외국인들을 종종 수년 씩이나 장기 구금하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단체의 다나카 키미코 씨는 우시쿠 수용소의 수감자들은 “너무 오랜 기간의 구금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은 이민 수용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의 경우 해외의 난민에게는 많은 원조를 하면서도 단지 30명에게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할 정도로 망명자 수용에는 인색했다.
인권활동가들은 우시쿠 수용소 외에 오사카,나가사키 수용소의 열악한 처우에 대해 비판해 왔다.다나카 씨는 약 380명이 수감돼 있는 우시쿠 수용소에서는 20㎡ 면적의 좁은 방에서 8,9명이 함께 지낸다며 “조그맣고 더러운 방에 몰아넣는 바람에 많은 수감자들이 접촉성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 일본지부의 쇼지 히로카 씨는 “수용시설은 출국되기 전 잠깐 머무는 곳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2년이나 넘게 수용되기도 해 당국이 구금기간 제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에 대해 법무성의 한 관리는 “농성자들을 직접 만나 본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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