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시추시설 결함 알고 있었다”

“BP 시추시설 결함 알고 있었다”

입력 2010-05-31 00:00
업데이트 2010-05-3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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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김균미특파원│지난 4월20일 발생한 미국 멕시코만 원유유출을 막기 위한 시도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미 역사상 최악의 기름오염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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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영국 석유회사 BP가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태를 초래한 석유 시추시설에 안전상의 결함 등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고도 이를 무시한 채 시추작업을 강행했음을 말해주는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늑장 대응에 대한 비난 여론과 맞물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에도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뉴욕 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BP가 4월20일 석유 시추시설인 ‘딥 워터 호라이즌’의 폭발 사고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폭발방지기’와 물 유입방지 강철관인 ‘케이싱’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BP는 지난 3월 유정의 압력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이를 고치려고 부심했고, 지난해 중반부터 유정 케이싱 및 폭발방지기의 안전문제에 관해 우려해 왔다는 것이다. 내부문건에는 BP의 선임 굴착 엔지니어인 마크 헤풀이 “이 같은 문제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한편 BP는 29일 약 1500m 해저 유정의 폭발방지기에 점토 함량이 높은 액체를 쏟아부어 유출을 막는 ‘톱킬(top kill)’ 방식의 원유 차단 작업을 3일간 벌였지만 실패했다고 발표했다.

BP는 앞으로 로봇 잠수함을 투입해 원유가 새어나오는 수직 파이프를 절단하고 그 위에 작은 돔을 덮은 뒤 돔에 연결된 파이프로 원유를 빼내는 방법을 시도할 방침이다. 공사에 4일에서 7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더그 서틀스 BP 최고운영책임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지면과 해수면에서는 실시해 본 적이 있지만 바닷속 1500m 깊이에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원유유출 사태는 8월 해저 유정에 별도의 파이프를 연결, 원유를 뽑아 올릴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BP의 발표 직후 캐럴 브라우너 백악관 에너지·환경 정책담당관은 “이번 사고는 미국이 경험한 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 정부의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에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비통할 정도로 분개하며, 바닷물과 해안을 깨끗하게 만들고 이번 인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정상을 되찾을 때까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BP를 거듭 강도높게 비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미연방 수사당국이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mkim@seoul.co.kr
2010-05-3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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