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 사흘 전… 외압설 제기
지난 1989년 6월4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무력진압을 주도한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회고록 발간이 예정일을 사흘 앞두고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외압설’도 제기되고 있다.22일 홍콩 내에서 ‘리펑의 6·4일기’를 발간하기로 했던 뉴센추리출판사의 바오푸(鮑樸) 대표는 19일 “관계기관이 제공한 저작권 관련 정보와 홍콩 저작권법에 따라 출간 계획을 연기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바오는 그러나 저작권 관련 정보를 제공한 관계기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리펑이 1989년 4월15일부터 6월24일까지 집필한 일기 가운데 발췌한 ‘6·4일기’에는 톈안먼시위 대처방식에 대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 내의 심각한 이견과 당시 온건파였던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와의 대립 등이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20일 현지 출판계 인사들이 주장하는 중국 정부의 외압설을 전했다. 홍콩 잡지 ‘개방’의 편집장인 차이융메이(蔡詠梅)는 “리펑은 일기를 통해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등 현 중국 최고 지도자들이 21년 전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대한 무력진압을 지지했다는 점을 공개했다.”면서 “이것이 두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펑은 2004년에도 정치국에 초안을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출간을 시도했으나 공산당 지도부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는 “‘6·4일기’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를 담고 있다.”면서 “저작권 문제가 출간의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앞서 온건대처를 주장했다 실각한 자오쯔양의 회고록 ‘국가의 죄수’는 톈안먼 사태 20주년을 앞둔 지난해 5월 홍콩에서 출간됐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2010-06-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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