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광부들 사이에서 빛난 리더십

갇힌 광부들 사이에서 빛난 리더십

입력 2010-09-02 00:00
수정 2010-09-0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칠레 북부 산 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 700m 갱도에 갇혀 있는 광부들 사이에서 삶의 연륜과 지혜가 묻어나는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33명 광부들 사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마리오 고메즈(62)가 동료들에게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고메즈는 30대 시절 한 밀항선에 승선,11일 동안 갑판 밑에서 소량의 초콜릿으로 연명하면서 생존한 바 있다.고메즈는 갑판 사이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신발에 받아서 먹었다고 한다.

 당시 좁은 공간에 갇혀 생활하면서 고메즈는 종교적으로 신에 많이 의존하게 됐고 그때 익힌 극한상황에서의 생존법이 이번 지하 탄광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메즈는 이 좁은 지하 공간에 소규모 예배당을 마련,종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상 구조대책본부의 심리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고립된 광부들이 실의와 공포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메즈와 함께 지도자 역할을 하는 루이스 우르주아(54)는 광부들의 임무를 구분,할당하는가 하면 지하 갱도의 지도를 작성하는 역할도 한 인물이다.

 그는 이 지하 공간이 외부세계에 처음 발견됐을 때에도 모든 동료들이 음식을 받아들 때까지 아무도 음식을 먹지 말도록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요니 배리어스(50)는 15년전 6개월간의 간호사 과정을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세계에서 동료들의 건강을 돌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광부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지상으로 올려보내 분석할 수 있도록 하며 지상에서 보내주는 의약품을 광부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칠레 광부들은 전통적으로 강인한 생존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지도자들 역시 전통적인 광부 집안의 아들들로 3명의 지하생활을 합치면 90년이 넘는 베테랑 광부들이다.

 이들은 여러차례의 사고와 매몰,호흡기 질환 등을 견뎌내면서 칠레 경제에 없어서는 안되는 광업활동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메 마날리츠 칠레 보건장관은 “지하 광부들이 완벽하게 조직화 돼 있다”면서 “이 조직은 그들에게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