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시스템 물펌프·목욕탕… 핵공격에도 끄떡없어
반정부세력과의 트리폴리 일전을 앞두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지금 어디 있을까. 알자지라방송은 27일(현지시간) 카다피가 트리폴리에 있는 지하벙커에 은신해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벵가지 교외의 벙커시설을 소개했다.알자지라 방송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궁전과 벙커를 27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했다. 지상에는 실내 수영장(①) 등 각종 호화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벙커는 자체발전기와 공기정화시설 등을 갖추고(②) 핵공격까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부와 연결된 비상탈출구(③)도 있다.
알자지라 화면 캡쳐
알자지라 화면 캡쳐
알자지라는 이 벙커가 신변안전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하는 카다피의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벙커 시설 점검 일지를 확인한 결과 카다피는 올해 초 민주화 시위가 중동에서 일어나기 전에도 꼼꼼하게 시설 점검을 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지막 점검 일자는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난 1월 14일이었다.
이와 관련, 내부고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폭로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은 카다피가 심한 공포증을 지니고 있어서 건물 위층에 머무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고 전한 바 있다. 건물이 무너질까 두려워해 해외순방 동안에도 천막을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했을 때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땅을 비롯한 세곳에 천막을 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2011-03-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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