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부접촉 차단차원서 신병확보한듯
중국 공안당국이 10일 이른바 ‘상하이(上海) 사건’과 관련해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배경과 수사 행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일단 표면적으로 이번 사건은 중심 인물인 중국여성 덩모(33)씨가 상하이 한국영사관의 고위층들과 불미스런 관계를 형성하면서 비자관련 이권을 챙겼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기밀 유출 의혹이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중국 공안이 사건 수사에 나선 것은 당초 성추문 수준에 불과해보였으나 기밀 유출 의혹이 제기되는 등 한국과 중국간 방첩사건으로 비화하는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총리실 공직복무관리실을 중심으로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 중국에서도 ‘대응’이 필요해 수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에 따르면 덩씨는 지난 1월 하순부터 중국 공안의 내사를 받아왔다고 한다.
추문이 불거져 상하이 총영사관의 한국 주재관이 귀국조치를 당하면서 중국 당국이 덩씨를 내사해왔으나 구금 조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8일 한국 언론에 이번 상하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서 덩씨와 주변인물들과의 연락이 끊긴 점으로 미뤄 그 후에 중국 공안이 덩씨의 신병을 확보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점은 중국 공안이 덩씨의 한국 기밀유출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지에 맞춰지고 있다.
현재 덩씨와 상하이 한국영사관의 주요 주재관들간 불륜관계 물증들이 속속 제기되고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로부터 정부와 여권 실세들의 연락처를 직접 빼낸 정황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속에서 덩씨가 이를 왜 입수하려했고 어디로 유출했는지가 주요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아울러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김 전 총영사를 포함한 상하이 영사관의 주재관들이 덩씨와의 ‘소통’ 과정에서 내부 통신망을 통해 접근 가능한 외교문서나 각종 국내외 동향 정보를 보관한 파일 등이 흘러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이런 ‘민감한’ 내용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여부에 따라 한중 외교문제 비화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하이 공안의 조사 방향에 시선이 쏠린다.
그러나 국가간 갈등이 될 만한 사안에 대한 조사를 가능하면 피하는 중국 공안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방첩에 혐의점을 두고 의욕적인 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나아가 중국 공안이 사건 확대를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덩씨 신병을 확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언론 매체들의 적극적인 보도로 이번 사건이 ‘중국 여간첩’ 사건으로 비화하는 가운데 일단 주인공인 덩씨의 신병을 확보함으로써 외부 접근을 차단하려한다는 것.
중국법에 따르면 범죄혐의가 있을 경우 공안은 그 혐의자에 대해 24시간 조사할 권한이 있으며 법원의 영장을 받기까지 적어도 14일간 구금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조사에 착수해 최대 15일간 덩씨를 가둬둘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한국 언론매체들과의 ‘접촉’은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간 드러난 덩씨의 행적에서도 중국법을 어긴 사례가 포착된다는 점에서 중국 공안 당국이 ‘격리’ 차원에서 덩씨에게 특정 혐의를 적용해 중국법에 따라 구속,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한인사회에서 덩씨는 배후의 유력인사를 동원해 기업가와 정부 관계자들을 도와주고 중간에서 돈을 챙긴 이른바 브로커로 언급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통화내역과 CCTV 촬영화면을 ‘손쉽게’ 취득해 호가호위하거나 협박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덩씨가 주변 인물의 개인정보를 그처럼 쉽게, 신속하게 얻을 수 있었다면 사실상 그 통로는 ‘공안’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공안이 덩씨를 조사해서 처리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중국에서는 유선전화는 물론 휴대전화 통화까지도 도청이 이뤄진다는 게 ‘상식’이고 서방언론에서는 그런 도청을 공안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의욕적으로 이번 사건을 조사하려해도 중국여성인 덩씨를 조사할 권한이 없고, 덩씨에 대한 조사 결과를 중국 공안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총리실을 주축으로 한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 합 뉴 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