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기 냉각수 줄어들면서 연료봉 전체 노출 가능성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원전 내 핵연료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플루토늄이 방출됐다. 여기에 격납용기가 파손된 2호기의 노심 용해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도쿄전력은 29일 2호기 터빈실 지하와 바닷가를 잇는 터널에 물이 차 있고 물 표면에서 시간당 1000m㏜(밀리시버트) 이상의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2호기 터빈실에 고인 물에서 방사선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은 부분적인 노심 용해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마다라메 하루키 일본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2호기 압력용기가 파손돼 물이 새고 있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마다라메 위원장은 터빈실 밖에서도 물웅덩이가 발견된 점을 거론하며 “매우 놀라운 일이고 우려스럽다.”며 “사태가 언제쯤 수습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의 피복관이 상당히 녹고, 펠릿(연료봉 안의 핵연료심)도 일부 용융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위는 2호기에서 8~9시간에 걸쳐 냉각수 수위가 줄어들면서 연료봉 전체가 노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연료봉을 담은 탄소강 재질의 압력용기 바닥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플루토늄이 물에 섞여 흘러나왔다는 것도 압력용기가 손상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1원전 부지 내 5곳에서 전날 검출된 플루토늄은 핵연료에서 방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원자로실험 조교수는 “플루토늄이 검출된다는 건 노심의 상태가 굉장히 나빠졌다는 증거”라면서 “이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제1원전 부지에서 플루토늄이 검출된 데 대해 “연료봉이 일정 정도 녹았다는 걸 뒷받침하는 일로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밝혔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농도는 대기권 안에서 행해진 핵실험으로 (일본) 국내에 떨어져 환경 중에 존재하는 플루토늄과 비슷한 정도지만, 종류는 다른 게 섞여 있다.”면서 “핵연료에서 나왔다고 생각되는 종류가 검출되고 있다. 연료봉에서 나왔다는 점은 거의 틀림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의 물웅덩이에서 강한 방사능이 검출됐다는 점과 함께 연료봉이 어느 정도 녹았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2011-03-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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