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選 22년 재임 데일리 시카고 시장 ‘아듀’

6選 22년 재임 데일리 시카고 시장 ‘아듀’

입력 2011-05-14 00:00
업데이트 2011-05-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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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박수갈채 받으며 영예롭게 퇴진

22년간 미국 시카고 시장을 지낸 리처드 데일리(69)가 13일(현지시간) 시카고 시청을 떠났다.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데일리 시장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시카고 데일리센터 5층에 있는 시장실에서 22년 만의 ‘마지막 퇴근’을 했다.

시장실 문을 나서는 데일리 곁에는 아내 매기 여사를 비롯한 가족들이 함께했고 시청 직원들은 박수갈채로 데일리 시장을 배웅했다.

데일리 시장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청 로비와 건물 밖에 대기해있던 100여 명의 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을 발견하고는 밝은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감사 인사와 함께 악수와 포옹을 건넸다.

이로써 시카고 정계의 대부(代父)로 불리던 데일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데일리는 1989년 4월 시카고 시장에 취임한 이래 선거마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6선을 연임했다. 시카고를 포함하는 광역자치구인 쿡카운티의 검사로 재직한 기간까지 합하면 그는 32년간 시카고 공직에 근무한 셈이다.

데일리 가문의 정치 역사는 리처드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동생 윌리엄 데일리(63)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현직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데일리 형제의 선친 리처드 J. 데일리(1902-1976)는 1955년부터 21년 8개월간 시카고 시장을 역임했다. 1955년 이후 56년의 시카고 역사에서 데일리 부자가 시장을 역임한 기간은 총 44년에 이른다.

데일리 시장의 강력한 통치력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나뉘곤 했다. 일각에서는 “절대 권력자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시카고 정치문화”에 대해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고 “시카고 사람들은 데일리를 ‘가족들을 위해 종일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는 믿음직스러운 아버지’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언론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시카고를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고급문화가 있는 도시로 발전시켰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데일리 시장은 시카고의 유서깊은 거리에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밀레니엄 파크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 공간을 만들었다.

미 연방 상원의원 딕 더빈(민주, 일리노이)은 “데일리 시장의 리더십으로 인해 시카고는 노후한 제조업 도시에서 현대화된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표현한 바 있다.

데일리의 유산(legacy)에 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카고 시의 재정적자는 곧 10억달러(약 1조원)를 넘어설 전망이고 지난 10년간 시카고 도심이 날로 번영하는 사이 도시 남부와 서부에 주로 거주하는 흑인 인구는 약 20만명이나 줄었다. 데일리는 9ㆍ11 테러사건 이후 보안을 이유로 시카고 도심 공항을 전격 폐쇄해 논란을 일으켰고, 2016년 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으며, 주차 미터기 사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시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데일리는 퇴임을 한 달여 앞두고부터는 시카고 시의 각 단체와 기관을 일일이 찾아가 작별인사를 했고 지난 9일에는 시장실 오픈하우스를 열어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찾아온 수백여 명의 시민들을 직접 만났다.

그는 재임 마지막 날까지도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오전 중에는 시카고 주민들과 함께하는 행사를 가졌고 오후에는 미 프로 풋볼팀 시카고 베어스 선수들이 마련한 청소년 풋볼 캠프에 참석해 격려했다.

데일리는 지난해 9월 7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나는 (시카고를 위해) 내 최선을 다했다. 이제 가족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앞으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닐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일리 시장의 아내 매기 여사는 현재 암투병 중이다.

한편 데일리의 뒤를 이어 제46대 시카고 시장에 오르는 람 이매뉴얼의 취임식은 오는 16일 밀레니엄파크 프리츠커 파빌리온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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