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군, 세계유산을 방패로

카다피군, 세계유산을 방패로

입력 2011-06-16 00:00
수정 2011-06-1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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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건물 곳곳에 군수품” 공습에 유적지 파괴 우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지 렙티스 마그나가 포화에 휩싸일 위기에 놓였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근거지인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와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미스라타 사이에 끼어 있는 이곳에 최근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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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지중해 연안에 있는 렙티스 마그나는 기원전 200년 절정을 맞은 고대 로마의 해안 도시로, 지중해 일대에서 가장 잘 보존되고 장엄한 유적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알렉산드리아와 카르타고에 이어 아프리카 지역에서 세번째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원형극장과 목욕탕, 광장, 수많은 아치형 구조물이 있는 이곳에 카다피군이 최소한 5대의 그래드 로켓 발사체와 수백개의 로켓, 각종 군수품을 숨겨 놓았다고 반군측은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반군 관계자는 14일(현지시간) “카다피는 나토가 고대 유적만큼은 결코 공습하지 못할 것이라 믿고 각종 군수품을 렙티스 마그나의 건물 곳곳에 숨겨놓았다.”고 말했다. 그래드 로켓 발사체는 사정거리가 30㎞가 넘고, 40발의 로켓을 일시에 발사할 수 있다. 최근 정부군이 미스라타 공격에 주로 사용했다. 또 반군이 일부를 점령한 질탄 지역 등을 공격할 때에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토군이 이 지역에 대한 공습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고대 로마 도시의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고고학적인 유물도 전적으로 안전하게 보존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렙티스 마그나가 그런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은 카다피와 그 가족의 신세가 얼마나 재앙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2011-06-1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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