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네스티 등 인권단체 “증거 없거나 조작 정황””용병동원ㆍ대량학살 등 혐의도 증거없어”
리비아에서 카다피군이 집단 성폭행 등 민간인 대상 만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에 대해 최근 일부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국제앰네스티(AI)가 카다피군의 반인륜 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반군이 허위 증언 또는 증거 조작을 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4일 전했다.
앰네스티의 긴급위기대응 전문가로 3개월간 리비아에 체류한 도나텔라 로베라는 “성폭행 희생자도, 증거도, 희생자를 진료한 적이 있는 의사도 전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군에 체포된 성폭행 가담 용의자 2명은 앰네스티 조사단과 면담에서 자신들이 범행하지 않았으며 그런 말을 들었을 뿐이라며 진술을 번복했다.
앰네스티는 또 반군이 불탄 카다피군 탱크에서 발견했다는 비아그라 포장지는 전혀 불에 그을리지 않았다며 카다피군에 비아그라가 지급됐다는 주장에 의문을 던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자체 조사에 나섰으나 집단 성폭행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앰네스티는 리비아군이 사하라 이남 지역 출신 용병을 동원해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반군의 거듭된 주장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로베라는 “반군이 기자들에게 보여준 ‘용병’들은 나중에 조용히 풀려났다”며 “그들 대부분은 사하라 이남 출신 불법체류자들”이라고 말했다.
앰네스티는 리비아에서 시위 강경진압과 교전으로 다수가 숨진 것은 맞지만 예멘이나 시리아와 같은 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무차별 살상의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간 나토군과 리비아 반군, 여러 서방 매체는 카다피군이 직접, 또는 용병을 동원해 집단 성폭행과 민간인 학살 등 참혹한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혐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리비아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는 명분 역할을 해왔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만연한 카다피군의 성폭행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또 그에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는 기자회견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성폭행을 전쟁무기로 활용했음을 보여주는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인권단체의 최근 조사결과는 그간 나토군 발표와 서방 보도, 국제기구와 배치되는 것이어서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지를 놓고 당분간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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