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한 도시에서 악명높은 마피아 조직에 맞서 ‘조용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마피아가 쓰던 건물에 용감하게 자리를 잡은 한 사제와 6명의 장애인이 그 주인공이다.
이탈리아 남부 도시 라메지아테르메에 사는 자코모 파니차 신부는 차분한 겉모습과는 달리 마피아에 저항하는 시민 사회의 얼굴이 된 강인함을 지닌 인물이다.
파니차 신부가 장애인 6명과 지내는 4층짜리 건물은 과거 마약 밀매를 숨기려 위장용으로 쓰이던 도박장이었지만, 2002년 정부에 의해 몰수되고 2년 뒤 신부 일행이 이사 온 후로는 마피아에 맞선 이들의 용감한 투쟁을 상징하는 곳이 됐다.
이 지역은 마피아 조직 드란게타와 긴밀한 유대 관계가 형성돼 있어 경찰이 제대로 활동하기 어려운만큼 파니차 신부 일행의 도전은 천천히 진행됐다.
파니차 신부와 지내는 장애인 중 한 명인 눈치아 코페데는 “신부님에게 어려움을 감수하면 우리가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처음에는 우리도 조금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파니차 신부 일행은 이 건물에 들어오면서수많은 위협을 받아야 했다. 몇몇 마피아들은 “저 ‘바보들’과 함께 이 집을 통째로 날려버릴 것”이라며 경찰을 앞에 두고도 소리지르며 협박하거나 마을 차량을 파손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 간부는 파니차 신부의 이런 용기있는 행동이 “시민들에게는 국가가 마피아보다 강하다고 느끼게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현재 이 건물에는 비정부기구, 사회적 은행 등 여러 기관도 들어와 있다.
파니차 신부는 가끔 밤에 악몽을 꾸긴 하지만, 마피아가 들끓는 지역에서 시민들이 살아남았다는 것이 중요한 승리라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도전이 “몸도 약한데다 무기도 없지만 자신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들에게서 나왔다”면서 “많은 이들이 체념과 공포의 노예가 돼버린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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