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슬람테러만 집중하다 극우테러 놓쳐

유럽, 이슬람테러만 집중하다 극우테러 놓쳐

입력 2011-07-25 00:00
수정 2011-07-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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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경찰 “극우 위협 없을 것” 오판일부 서방언론도 “테러사건 이슬람이 배후” 추측보도

노르웨이 연쇄 테러 사건의 용의자가 반이슬람 극우 민족주의자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유럽국가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의 위협에만 신경쓰다 극우 테러 감시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유럽에서 극우 정서가 확산되고 극우정당이 득세하면서 극우범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노르웨이를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 당국은 이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경찰치안국(PST)의 경우 올해 초 펴낸 보고서를 통해 노르웨이에 극우 세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최근 몇년 간 거의 활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PST는 “2010년 나타났던 활동 증가가 2011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 몇년 간 그랬던 것처럼 극우와 극좌 극단주의 세력은 올해 노르웨이 사회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강력한 리더십 부족이 이들 극단주의 세력의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ST는 대신 “올해 노르웨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세력은 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 심각한 오판을 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우단체 탈퇴를 원하는 이들을 돕는 스웨덴의 ‘출구재단’의 로버트 오에렐은 이러한 관점이 “북유럽 국가의 시민들이 이슬람교도의 위협 아래 있다는 극단주의자들의 인식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극우단체 전문가인 매튜 굿윈 영국 노팅엄대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영국 정보당국은 알-카에다와 북아일랜드 문제에 너무 치우쳐왔다”며 “이 때문에 극우세력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너무 큰 틈이 생겨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경향은 지난 22일 연쇄 테러 직후 서방 언론의 보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극우성향의 노르웨이인이라는 당국의 발표가 있기 전까지 서방 언론들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나 테러조직을 배후로 지목하는 추측성 기사를 쏟아냈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은 아예 1면 머리기사로 ‘알-카에다의 대학살: 노르웨이의 9/11’라는 제목을 뽑았다.

당시 이미 용의자가 경찰 복장을 한 금발의 남자라는 것이 알려진 상태였지만 이 신문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용의자가 ‘이슬람교 광신도’로 ‘개종한 알-카에다 일원’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출신 영국 해설가 아드난 알-마이니는 미국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라는 원칙은 이슬람 교도에 대해서는 ‘무죄로 증명될 때까지 유죄’라는 원칙으로 대체된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도 반 이슬람 정서 확산에 대한 유럽 내 이슬람 교도들의 우려는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의 일부 이슬람교 사원은 이번 테러 사건 직후 주변의 경계를 더욱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최대 이슬람 교도 기구중 하나인 라마단재단의 모하메드 샤피크는 “사람들이 우리가 다음 표적이 될까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에게 더욱 경계하라고 당부했고 사원 주변에도 추가로 경비를 세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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