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납치돼 5년간 가자지구에 억류됐던 이스라엘 병사 길라드 샬리트(25)가 마침내 5년 만에 ‘자유의 몸’을 얻었다.
샬리트는 그간 친필 편지와 동영상을 통해 간간이 생존을 증명했을 뿐 외부와의 접촉이 철저히 차단된 채 억류 생활을 견뎌 왔다.
3년간의 의무 복무를 위해 군에 입대한 샬리트는 19세 때인 2006년 6월 25일 가자지구 남부 인근의 이스라엘군 초소에서 근무하던 중 하마스 대원의 기습 공격을 받고 납치당해 1994년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에 처음으로 납치된 이스라엘 병사로 기록됐다.
이스라엘이 곧바로 가자지구에 군부대를 투입해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샬리트를 구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이스라엘은 샬리트와 팔레스타인 재소자 수백 명을 맞교환하는 방안을 놓고 하마스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석방 재소자 수와 대상자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으로 타결을 보지 못했다.
샬리트는 피랍 후 가자지구에 억류됐지만, 구체적인 소재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마스는 국제적십자사 등의 샬리트 접견도 허락하지 않았다.
샬리트는 납치 당시의 계급인 상병에서 현재는 병장으로 진급한 상태다.
샬리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상징하는 인물로 떠오르면서 국제 사회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샬리트가 어떤 수단을 동원하거나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귀환시켜야 하는 인물로 자국 내에서 인식됐다.
이스라엘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그의 귀환 문제도 하마스와 협상 때 주요 이슈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또 장기간 이집트의 중재로 샬리트 석방 문제를 협의해 왔다.
하마스 측은 한동안 샬리트의 모습을 공개하지 않아 한때 그가 사망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샬리트가 ‘유용한 자산’이기 때문에 하마스 측이 그가 죽도록 버려두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샬리트의 가장 최근의 모습은 하마스가 2009년 9월 이스라엘에 보낸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공개됐다. 이스라엘은 이 비디오테이프를 건네 받는 대신 팔레스타인 여성 재소자 20명을 석방했다.
이 테이프에서 샬리트는 짙은 녹색 군복을 착용하고 깨끗하게 이발과 면도를 한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그해 9월14일자 팔레스타인 신문을 쥐고 있었다.
샬리트가 납치당하자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줄곧 펼쳐온 아버지 노암 샬리트 등 가족은 전국적인 유명 인사가 됐다.
샬리트 가족은 샬리트 상병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흰색 티셔츠를 입고 이스라엘 국토 횡단 행진을 벌이고 이스라엘 총리 관저 앞에서 천막 시위를 벌이는 등 정부에 석방 노력을 꾸준히 촉구해 왔다.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 양측은 이집트와 독일의 중재로 샬리트와 이스라엘 교도소에 있는 팔레스타인 재소자의 교환 협상을 벌인 끝에 타결, 샬리트는 5년 만에 이스라엘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샬리트는 이날 이집트로 인계된 뒤 이스라엘 당국이 제공한 차량에 올라타는 장면이 목격됐다. 짙은 회색의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샬리트는 대체로 건강해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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