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여성, 일부다처제 허용 방침에 분노

리비아 여성, 일부다처제 허용 방침에 분노

입력 2011-10-31 00:00
수정 2011-10-3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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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가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으로 해방을 맞았지만 리비아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



리비아 국가과도위원회(NTC)의 무스타 압델 잘릴 수반이 최근 “새로운 정부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지배될 것”이라며 일부다처제를 허용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일부다처제를 제한한 카다피가 집권할 때보다 퇴보한 것이다.

압델 잘릴 수반은 “이슬람 율법은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슬람 율법과 상충하는 일부다처제의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압델 잘릴 수반의 이런 발언과 관련, 외국의 리비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슬람주의자들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리비아 여성들은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카다피 축출을 위한 내전 과정에서 반군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직접 총을 들고 전투에 참가하는 등 적지 않은 공헌을 한 리비아 여성들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방침이다.

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새로운 헌법을 만들겠다는 압델 잘릴 수반의 뜻에 공감하는 여성들도 일부다처제 허용에는 명백하게 반대하고 있다.

생물학을 전공하는 여대생 아와티프 알흐자기(24)는 “이슬람 법의 준수와 일부다처제 허용은 다른 문제”라면서 “많은 남성이 앞으로 여러 명의 부인을 두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는 여대생 부슈라 옴란(20)은 “압델 잘릴 수반의 일부다처제 허용 발언에 모든 여성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나는 부인이 있는 남성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리비아 반군의 카다피 축출을 지원했던 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도 일부다처제 허용 방침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알랭 쥐페 외교부 장관은 “여성의 존엄성 측면에서 리비아의 일부다처제 허용은 우리에게도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리비아 전문가들은 내전 과정에서 남성들 못지않게 헌신한 여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조치를 하려는 NTC 지도부에 대해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리비아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압델 잘릴 수반의 발언을 환영하고 있다.

지난 28일 벵가지에서는 수백 명의 남성이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겠다는 압델 잘릴 수반을 지지하는 시위를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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