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WTO 가입 비화
중국이 ‘G2’의 반열에 올라서는 데 있어 ‘일등공신’은 WTO 가입이다. WTO 가입은 중국이 국제사회에 세계 무역질서를 준수하겠다는 ‘확인서’를 보냄으로써, 외화 유치의 기폭제가 되고 대외수출을 늘리는 도화선으로 작용해 고도 경제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국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주룽지
가입의 가장 큰 ‘장벽’은 미국과 중국의 강경파를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미 매파들은 중국의 열악한 인권상황과 노동 환경을 문제 삼아 격렬히 반대했다. 당시 대외경제무역합작부(현 상무부) 부부장으로 WTO 협상 수석대표를 맡았던 룽융투(龍永圖) 주요 20개국(G20) 연구센터사무총장은 최근 “미국 측은 (중국 상황을 빌미로)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며 도무지 협상의 여지를 남기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던 1999년 11월 15일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가 실무 협상장을 전격 방문,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측 수석대표와 면담하면서 돌파구가 극적으로 마련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중국 내 강경파의 설득도 녹록지 않았다. 중국 최고 지도부 내 일각에서는 “미국이 WTO를 이용해 중국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 주 총리가 “WTO 가입만이 살 길”이라고 ‘총대’를 메고 나서고,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전인대상무위원장 등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원 사격을 하면서 협상 타결을 이끌어 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2011-12-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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