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누르당’ 2위… 온건 ‘자유정의당’과 갈등 불가피
모로코·튀니지에 이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처음 치른 이집트 총선에서 이슬람 정당이 1, 2위로 급부상하면서 중동 정세가 한바탕 요동칠 전망이다.지난달 28~29일 이집트 9개주에서 치른 총선의 초기 개표 결과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이 40%, 초강경 이슬람 종파인 살라피 무슬림으로 이뤄진 누르당이 25%를 획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종교 지도자들이 직접 지휘하는 누르당의 당수 셰이크 압델 모네임 엘샤핫은 그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시민권과 자유, 평등을 제한해야 한다.”며 음주, 간통 등을 금지하고 간통을 한 사람에게는 돌을 던지는 등의 태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의회 자문을 맡고 이슬람법 적용을 검토할 종교학자로 이뤄진 특별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안도 내놨다. 여성들의 정계 진출도 금지하고 있다.
살라피주의자들이 이집트 정치권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집트 내 진보세력과 서방국가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란의 핵 위협에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이스라엘은 더욱 코너에 몰리게 됐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현지 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아랍권의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면서 “이집트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이스라엘·이집트 간 평화협정을 비롯,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선수를 쳤다. 무슬림형제단은 1979년 이스라엘과 맺은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을 유지할 뜻을 밝힌 반면 살라피주의자들은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주장을 여러 차례 펴 왔다.
기독교 분파인 이집트의 콥트교도들도 무슬림 정치 세력이 선거를 통해 부상하자 향후 자신들에게 미칠 후폭풍을 염려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콥트교는 이집트 전체 인구 8000만명 중 10%가량을 차지한다.
살라피주의자들의 세력화는 무슬림형제단에도 걸림돌이다. 민주주의 국가 설립 과정에서 이슬람법을 어느 정도로 적용해야 할지를 놓고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반대파 간의 분열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주 투표 직후 누르당과의 연정 구성 가능성을 부인하며 발 빠르게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이집트의 하원 총선 결과는 다른 지역에서 치르는 2~3단계 선거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 11일 이후에야 최종 확정된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2011-12-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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