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사라지자 中東서 현생인류 등장”

“코끼리 사라지자 中東서 현생인류 등장”

입력 2011-12-14 00:00
수정 2011-12-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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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바뀌며 새 환경에 적응 진화

중동 지역에서는 약 40만년 전에 코끼리가 사라졌으며 이에 따라 코끼리를 주식으로 삼던 원인(原人) 호모 에렉투스가 더 작고 더 빠른 동물들을 사냥하면서 현생인류로 진화하는 신체적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가 나왔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진은 약 40만년 전 생존에 필수적인 코끼리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최초의 현생인류가 등장했을 것이라는 연구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학술지 플러스원에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13일 보도했다. .

이는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현생인류가 탄생했다는 지배적인 학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80만년 전 전기 구석기(아슐리안) 유적 발굴지인 게셔 베노트 야코브 에서 나온 호모 에렉투스와 각종 동물 뼈 기록을 분석한 결과 코끼리 뼈가 전체 동물의 2~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비율로 보면 작은 것이지만 몸무게가 6t까지 나가는 거대한 코끼리가 사람이 동물성 음식에서 섭취하는 열량의 60%를 차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끼리는 한 마리만 잡으면 많은 사람이 먹을 수 있고 지방과 단백질의 비례가 이상적인데다 느린 동작 때문에 사냥하기도 쉬워 호모 에렉투스에겐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는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식물의 섬유질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능력도 떨어지고 불도 사용할 줄 몰랐던 인류는 약 40만년 전 코끼리가 사라지자 심각한 영양 부족에 직면하게 됐고 하는 수 없이 사냥하기 더 힘든 다른 동물들을 잡아야만 하게 된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그 결과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된 호모 에렉투스는 더 빨리 움직이고 머리를 더 많이 써야 했으며 결국 최근 케셈 동굴에서 발견된 새롭게 진화한 호미니드가 이들을 대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호모 에렉투스보다 몸은 더 가벼워지고 뇌는 더 커진 현생인류의 외모에서 그대로 나타난다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코끼리의 퇴장과 현생인류의 등장 사이의 관련성을 확인하기 위해 게셔 베노트 야코브(약 80만년 전)와 케셈(40만~20만년 전) 두 유적지의 고고학 증거들을 비교했다.

호모 에렉투스의 거주지인 게셔 베노트 야코브에서는 코끼리의 뼈가 나왔지만 케셈 동굴에서는 코끼리 뼈는 없고 호모 에렉투스 이후의 호미닌 흔적과 함께 날카로운 석기와 음식 나누기, 불 사용 같은 보다 진화한 행동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분명 새로운 인간 행동과 새로운 유형의 인간 존재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한편 아프리카 유적지에서 코끼리가 사라지고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훨씬 뒤인 약 20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 코끼리가 있긴 하지만 20만년 전 이후엔 생존한 코끼리 종이 거의 없고 고고학 유적지에서도 코끼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는 40만년 전 중동지역의 상황과 매우 비슷한 것으로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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