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전시장 순찰 도는 판문점 JSA경비대원?

벨기에 전시장 순찰 도는 판문점 JSA경비대원?

입력 2012-04-02 00:00
업데이트 2012-04-02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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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흠뻑 빠진 벨기에 청년의 ‘캐릭터 놀이’

“한국이 그저 좋아서 친구와 벌이는 ‘캐릭터 놀이’입니다.”

지난 1일 벨기에 브뤼셀의 ‘메이드 인 아시아(MiA)’ 행사장에 무장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병이 나타났다.

MiA는 아시아의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과 관련한 콘텐츠와 제품들을 전시ㆍ판매하는 벨기에 최대의 유관 전시회다. 올해 전시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렸다.

이곳에서 ‘통일’이 새겨진 비표까지 두르고 판문점 JSA 경비병이 순찰을 도는 이유는 뭘까?

그는 JSA 경비병이 아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감동을 받고 한국 영화와 케이팝으로 불리는 한국 대중음악 등을 좋아하는 벨기에 대학생 토마스 갈란트(23) 씨다.

지난 2008년부터 한국에 흠뻑 빠진 갈란트 씨는 몇 년 뒤엔 한국으로 유학, 한국사를 전공하려는 포부에 차 있다.

”2010년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JSA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완장과 헬멧 등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벨기에 남부 소도시에 사는 그는 이번 MiA에 한국관이 처음 개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옷장에 보관해 놓았던 JSA 완장 등을 떠올렸다.

주말을 이용해 MiA에서 친구와 함께 ‘군인 캐릭터 놀이’를 벌이자고 작당(?)해 가짜 총을 구입한 그는 전시장 곳곳을 돌며 ‘순찰’을 했다.

다른 관람객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연신 웃으며 응하던 그는 “우린 고용된 사람이 아니라 재미로 참여한 관람객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전시장 내에는 바이킹이나 일본 사무라이, 각종 만화영화 주인공 등의 복장이나 울긋불긋한 가발을 한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는 극소수 고용된 사람도 있으나 대부분은 순수 관람객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복장으로 다니면서 이곳저곳의 전시를 구경하고 캐릭터 상품이나 만화책, DVD 등을 구입하는 이들은 다른 관람객들에겐 또다른 볼거리다.

매년 수만 명이 관람하는 MiA에선 그동안 사실상 일본 업체들이 독주해왔다.

벨기에와 프랑스 등에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급하는 벨기에 교민업체 ‘드라마패션’만 외롭게 참가해왔다.

‘드라마 패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 프랑스어 자막을 보며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현지인은 현재 월 평균 15만 명에 달한다.

교민 1.5세대인 ‘드라마 패션’의 한욱 사장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갖거나 좋아하는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사장은 지난해 중반 ‘드라마 패션’이 발매한 ‘커피 프린스’ 전작 DVD만 이미 1천세트가 팔렸다면서 케이팝에 대한 관심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 벨기에ㆍ유럽연합 대사관의 길홍근 공사는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우리 콘텐츠 업체들의 벨기에와 유럽 진출을 돕기 위해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후원을 받아 한국관을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관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라 국내에 홍보가 덜 된 탓에 국내에선 대원CI 등 6개 만화와 팬시제품 업체만 참여했고 전자 게임과 캐릭터 업체들은 전무했다.

하지만 일본 ‘망가’ 등에 익숙한 관람객들은 한국 만화와 캐릭터 등의 독특함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관의 최고 인기 코너는 웹툰 ‘열아홉 스물하나’의 작가 김혜진 씨의 사인회였다. 작품의 캐릭터가 인쇄된 종이에 작가가 관객의 캐리커처를 즉석에서 그리고 서명해주는 코너엔 관람객이 장사진을 쳤다.

클레르 드 륀느 출판사에 의해 곧 발간될 프랑스어판 홍보를 겸해 온 작가는 쉴 틈 없이 사인하느라 팔이 아프면서도 폭발적인 반응에 즐거운 표정이었다.

기독교 서적 전문 출판사인 성서원은 ‘만화 바이블’과 ‘성경 속의 영웅들” 등 성경 만화 두 편을 들고 왔다. 프랑스 망고출판사와 이달 중순 계약을 체결, 하반기 중에 프랑스어권 4개국에서 프랑스어판이 발간 되기에 앞서 홍보 차 참여했다.

성서원의 김일중 기획실장은 “몇 년 전 독일 전시회 때 기독교 본고장인 유럽에 어린이와 청소년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든 성경 만화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현지의 주요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동향을 파악하다 보면 뜻밖의 소득을 올릴 수 있어 MiA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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