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 기자 살해 협박 공개 사과
러시아 최고 수사기관 수장이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반정부 성향 신문 기자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의혹으로 불거진 양측 간 갈등이 수사 기관 수장의 공개 사과로 마무리됐다.최근 모스크바에선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위원장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이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 편집부국장인 세르게이 소콜로프의 기사에 불만을 품고 그를 모스크바 인근 숲으로 끌고가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는 주장이 신문사 측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현지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들이 동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노바야 가제타 편집국장 드미트리 무라토프와의 면담에서 소콜코프 기자에게 직접 사과하고 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무라토프 편집국장이 밝혔다.
무라토프는 “바스트리킨 위원장이 오늘 저녁 7시 (안전상의 위협으로 외국으로 피신한) 소콜로프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하고 그의 귀국에 따른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소콜로프도 바스트리킨을 비판한 자신의 기사가 지나치게 감정적이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무라토프는 “양측간의 갈등이 감정 폭발에 따른 것이며 서로가 대화를 통해 이를 깨달았다”며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소콜로프 기자를 협박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으며 우리는 더는 이를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정치권까지 가세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던 최고 수사기관과 반정부 언론 간 대결이 일단락됐다. 연방수사위원회는 검찰과는 별도로 중대사건을 수사하는 러시아 내 최고 수사기관이다.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와 ‘인디펜던트’ 등을 소유하고 있는 러시아 금융ㆍ미디어 재벌 알렉산드르 레베데프(52)가 발행하는 ‘노바야 가제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을 비판하는 기사를 거리낌 없이 써온 러시아의 대표적 반정부 언론이다.
탐사보도팀 팀장을 겸하고 있는 소콜로프 편집부국장은 앞서 바스트리킨과 여러 관리들이 2010년 11월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주(州)에서 발생한 12명 집단 살해 사건의 범인들을 엄벌하겠다는 약속을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성 기사들을 썼다.
이후 이달 초 소콜로프는 바스트리킨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기사를 쓴데 대해 사과를 했지만 바스트리킨은 소콜로프가 기사를 통해 사실상 자신을 범죄집단과 공모한 것으로 비난했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바스트리킨 위원장의 경호원들이 소콜로프를 모스크바 인근 숲으로 끌고갔으며, 이곳에서 바스트리킨이 소콜로프와 독대하면서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콜로프는 사건 직후 지인들에게 “바스트리킨이 내 목과 발을 잘라 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주장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의회와 크렘린 관계자들까지 나서 철저한 사건 진상 조사를 촉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뒤이어 무라토프 편집국장이 바스트리킨의 공개 사과와 자사 신문사 기자들의 안전보장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지만 바스트리킨은 “아무도 숲으로 데려간 적이 없으며 그같은 주장은 머리에 염증이 생긴 자들의 헛소리”라며 격한 말로 반박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격화돼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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