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강국 러시아에 여성 우주인이 적은 이유

우주강국 러시아에 여성 우주인이 적은 이유

입력 2012-09-23 00:00
수정 2012-09-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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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시절부터 여성 우주인 홀대..임신 악영향도 문제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우주강국 러시아에 여성 우주인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1950~60년대 소련의 우주개발 책임자였던 세르게이 코롤료프를 시작으로 러시아 우주 당국이 여성 우주인들을 홀대한 데다 우주비행이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낮추는 등 신체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시작돼 최근에 끝난 러시아연방우주청의 우주인 선발 프로그램에서 약 300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적으로 8명이 선발됐다. 이들 중엔 여성도 몇명이 포함됐다고 우주청은 밝혔다.

여성 우주인 후보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의료, 심리, 전문성 테스트와 우주비행을 위한 각종 신체 훈련 등 어려운 절차를 거쳐 선발됐다.

그러나 다른 우주강국들에서 여성 우주인이 늘어나는 비율에 비하면 러시아의 여성 우주인 수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관영 신문 ‘로시이스카야 가제타’ 자매지 ‘러시아 비얀드 더 헤드라인즈(Russia Beyond the Headlines)’가 최근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의 출발점은 러시아가 미국과 치열한 우주경쟁을 벌이던 소련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는 1962년 세계 최초로 여성 우주인 배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수천 명의 지원자 가운데 5명의 여성을 선발해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신체 적응력 테스트에서 여성들은 우주복을 입은 채로 섭씨 70도의 실내 온도와 30%의 습도를 견뎌내야 했다. 체온이 2.5도나 상승하고 맥박은 분당 130회까지 치솟는 힘겨운 훈련이었다. 한가지 크기로만 만들어졌던 우주복은 여성들에겐 너무 커 불편하기 이를데 없었다.

미그(MiG)-15기를 타고 비행하면서 실시하는 무중력 테스트도 거쳤다. 전투기가 3~4 차례의 수직상승 비행을 하면서 형성되는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인 후보들은 40초 안에 종이에 자신의 이름과 날짜를 쓰고 서명을 한 뒤 튜브에 든 음식을 먹고 무선으로 일정한 문장을 읽어내는 초능력을 선보여야 했다.

하지만 이처럼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여성 우주인들에게 당시 우주개발 총괄 책임자였던 코롤료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만을 표시했다.

여성 우주인에 대한 코롤료프의 부정적 태도는 1963년 6월 방직공 출신의 발렌티나 테레슈코바가 3일 동안의 우주비행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 기록을 세운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코롤료프가 사망하고 3년 뒤인 1969년 여성 우주비행사팀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결국 해체됐다.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인 테레슈코바만 우주비행사훈련센터에 남아 1997년까지 일했다. 뒤를 이은 여성 우주비행사인 나제즈다 쿠즈네초바는 뛰어난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2004년까지 약 10년을 우주분야에서 근무하는 동안 한 번도 우주비행에 나서지 못했다. 현재 유일한 여성 우주비행사인 옐레나 세로바도 2006년 이후 우주분야에 근무하면서 아직 아무런 임무도 부여받지 못했다.

여성 우주인들에 대한 이 같은 홀대와 함께 우주비행이 여성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러시아의 여성 우주인 비율을 낮추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 보고에 따르면 우주비행은 여성들의 임신 가능성을 크게 해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에 따르면 먼 우주가 아닌 지구 저궤도의 방사능 수준만 하더라도 여성의 임신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주 공간은 배란 부족과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준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중력 상태가 여성 생식기의 호르몬 불균형을 야기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모스크바 중앙항공병원의 성(性)병리학자로 14년 동안 일해온 로스티슬라프 벨레다 박사는 우주비행이 여성의 신체기능 특히 생식기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믿고 있다. 우주 비행을 다녀온 미국 여성 우주비행사 가운데 임신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남성도 오랜 기간 우주에 체류하면 성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 연구자료에 따르면 남성 우주인의 63%, 여성 우주인의 80%가 성기능 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이 같은 건강상 문제가 우주 비행 프로그램에 대한 여성들의 참여율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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