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모리대 특강
“영화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한국형 블록버스터 ‘마이웨이’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이 ‘반성문’을 썼다.
제작비 300억원을 들인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책임이 영화인으로서의 초심을 잃은 자신에게 있다는 자아비판이다.
제1회 애틀랜타 한국영화제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강제규 감독은 8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대 특강에서 “제작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의 대화는 영화의 기본”이라며 ‘마이웨이’의 실패 요인으로 소통 부재를 꼽았다.
강 감독은 “영화를 할 때 ‘이렇게 하자’며 문제제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큰 감독이 만든 영화를 우리가 어떻게 좋다 나쁘다 얘기할 수 있겠는가?’ 하고 넘어간 것”이라면서 “그래서 그냥 내가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내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기본에 충실했다면 스크립트를 최소 100여 명에게 읽혔을 것”이라며 “그랬으면 사람들이 이런 아이템의 영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더 나아가 영화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심도 있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웨이’는 식민지 조선과 일본의 마라톤 대표 출신인 두 청년이 2차 대전에서 전투를 통해 우정을 쌓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친구가 돼가는 얘기를 사람들은 돈을 주고 가서 열정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며 “영화의 흥행이란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아이템은 ‘뭔 얘기인지는 알겠는데 영화는 별로 안 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며 “결국 그런 (소통의) 과정이 ‘마이웨이’에서 삭제돼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강 감독은 그러면서 영화를 전공하는 이 대학 학생들에게 “나중에 10년, 20년이 지나 큰 감독이 돼 있더라도 (소통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절대 간과하지 마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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