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롬니 3차 TV토론
2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마지막 TV토론이 예상대로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끝났다. 이에 따라 올해 미 대선은 민주당 후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중 어느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극도의 혼전이 투표일인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지게 됐다. 다음 달 2일 월간 실업률 발표라는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실업률이 의미심장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치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https://img.seoul.co.kr/img/upload/2012/10/24/SSI_2012102402450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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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승패를 좌우할 열쇠는 계층적으로는 백인 여성이, 지역적으로는 오하이오·위스콘신·아이오와 등 중부 3개 부동층주(스윙 스테이트)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살림살이에 민감한 백인 주부들은 역대 대선에서 막판 당락을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종종 해 왔는데, 오바마에게 기울어 있던 이들이 최근 롬니의 상승세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 21일 NBC 조사에서 오바마는 여성 지지율에서 8% 포인트 격차로 여전히 롬니에 앞섰지만, 10% 포인트가 넘었던 한 달 전 격차에 비해서는 지지세가 줄어든 것이다. 오하이오 등 3개 주는 오바마 입장에서는 야금야금 스윙 스테이트를 잠식하고 들어오는 롬니에게 결코 빼앗겨서는 안 되는 최후의 마지노선이다. 아직은 우위를 보이고 있는 이들 세 곳 중 한 곳이라도 내주면 오바마는 대권을 롬니에게 넘겨야 한다.
2, 3차 TV토론에서 오바마가 가한 대반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3일 1차 토론 이후 시작된 ‘롬니 바람’은 왜 수그러들지 않는 것일까. 롬니가 유권자들이 듣고 싶은 얘기를 명쾌하게 해 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자랑할 만한 경제실적이 마땅치 않은 오바마는 지난 세 차례 토론에서 롬니를 ‘부자들의 꼭두각시’라는 식으로 몰아세우기만 할 뿐 자신만의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반면 롬니는 “미국 내 에너지 시추를 확대하면 기름값을 대폭 내리고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식으로 민생과 직결된 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1차 토론에서 완패한 오바마가 이후 두 차례 토론에서 아무리 롬니의 ‘말 바꾸기’나 ‘부자 정체성’을 비판해도 별 파장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온통 민생에 가 있기 때문이다.
판세가 혼전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쫓기는 입장의 오바마가 상승세의 롬니보다 더 초조할 법하다. TV토론과 같은 대형 이벤트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두 후보 진영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TV 광고와 ‘네거티브 선거전’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2012-10-2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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