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작전’ 논란…美·佛·英, 알제리 작전 인정알 카에다와 연계된 다른 단체 추가 도발 우려 나와
알제리 천연가스 생산공장에서 나흘간 이어진 대규모 국제 인질극이 19일(현지시간) 특수부대의 최후 공격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국인 인질 7명이 추가 희생되는 등 인질 사망자가 총 23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알제리군이 무리한 작전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이슬람 무장세력이 인질극의 명분으로 내세운 프랑스군의 말리 내전 개입도 이어져 알 카에다와 연계된 다른 단체의 추가 도발 우려도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인질범들은 이에 앞서 억류하고 있던 외국인 인질 7명을 살해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현지의 한 안보 소식통은 AFP 통신에 “인질범들이 인질 7명을 보복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PA는 이날 숨진 인질들의 신상과 국적은 물론 인질이나 인질범이 더 남아 있는지는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알제리 정부는 인질극 사태가 사실상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압델말렉 셀락 알제리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인질 구출을 위한 작전이 모두 종료됐고 모든 테러리스트가 항복했다”고 밝혔다.
알제리 당국이 지난 16일 무장세력이 30여 명이라고 추정했고 지금까지 인질범 32명이 사망한 것으로 미뤄볼 때 인질범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알제리 내무부는 두 번에 걸친 작전에서 알제리인 노동자 685명과 외국인 노동자 107명을 구출하고 현장에서 기관총, 로켓 발사대, 미사일, 수류탄을 압수했다고 전했다.
알제리군도 알카에다 연계 무장 세력이 공장 곳곳에 설치한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나흘간 인질 23명·인질범 32명 사망” = 알제리 당국은 나흘간 이어진 이번 사태에서 인질 23명과 인질범 32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인아메나스 현장에 몇 명의 인질이 억류 중이었는지 정확한 숫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알제리 당국은 사태 발발 이튿날인 17일 전격적으로 감행한 구출 작전에서 인질범 18명을 사살하고 이 과정에서 인질 12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무장 세력 측은 같은 날 모리타니 ANI 뉴스통신에 정부군의 공격으로 인질 35명이 숨지고 동료 1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19일 숨진 인질 7명은 물론 지난 17일 사망한 인질들의 국적도 아직 최종 확인되지 않았다.
일부 정부가 자국민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미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가 각각 자국민 1명의 사망을 확인한 데 이어 루마니아도 이날 알제리 인질 사태에서 자국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인과 영국인도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인을 포함해 여전히 다수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일본인 1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고 영국인 6명, 노르웨이 5명, 말레이시아 2명 등이 행방불명상태다.
인질범의 국적도 불명확하다.
당초 무장세력이 리비아 출신으로 알려졌지만, 인질로 붙잡혀 있다 탈출한 알제리인 이바 엘 하자의 진술에 따르면 영어를 쓰는 외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억양으로 볼 때 이집트인, 튀니지인, 알제리인이 한 명씩 있었고 영어 혹은 외국어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제리 내무부도 납치범이 알제리인 3명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 출신으로 구성돼있다고 밝혔다.
◇ 외국인 노린 계획적 범죄 = 알케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이 주도한 이번 사건은 외국인을 노린 계획적인 범죄로 확인됐다.
무장세력의 지도자 모크타르 벨모크타르는 2개월 전부터 이번 사건을 계획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실제 인질로 붙잡혀 있다가 도망쳐 나온 알제리인 운전사 이바 엘 하자는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인질범들이 ‘넌 알제리인이고 이슬람교도여서 이 일과 상관이 없다. 우린 오직 외국인들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칼레드 아부 알 압바스 여단’ 등 2개 무장 조직을 이끄는 벨모크타르는 지난 10년간 알제리인과 외국인 납치, 살해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알제리군 특수부대의 이날 공격으로 벨모크타르도 사망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ANI 통신에 따르면 벨모크타르는 미국에서 복역 중인 테러 용의자 2명과 미국인 인질 2명의 맞교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가 제안한 맞교환 대상은 지난 1993년 세계무역센터(WTC) 폭파 모의사건의 배후로 검거된 이집트인 셰이크 오마르 압둘 라흐만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사 등에 총격을 가한 파키스탄인 여성 과학자 아피아 시디키로 알려졌다.
그러나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테러리스트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며 벨모크타르의 요구를 일축했다.
◇ 美·佛·英 알제리 작전 사실상 인정 = 인질극 사태가 사실상 종료됐지만 무리한 군사 작전이었다는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무장 단체가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상황에서 작전이 이뤄졌고 결과적으로 인질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무장세력이 일부 인질의 몸에 폭발물을 벨트로 묶기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다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테러리스트들에게 있다며 알제리 정부에 대한 비난을 삼가고 작전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참사의 책임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있으며 미국은 이들의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번 참사를 충분히 이해하고 또 다른 비극을 막기 위해 알제리 정부와 긴밀히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도 각국마다 나름대로 테러리즘에 대한 대처법을 갖고 있다며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겠다고 언급해 작전의 불가피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알제리 정부의 작전이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과는 “협상이 있을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알제리 정부의 구출 작전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조치”였다고 인정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국방장관도 미국 패네타 장관과 양자 회담 후 인질들이 숨진 것은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일의 유일한 책임 소재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