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반이슬람·테러위협·탈 EU… ’총체적 난국 유럽’

경제난·반이슬람·테러위협·탈 EU… ’총체적 난국 유럽’

입력 2015-01-08 12:43
업데이트 2015-01-08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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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에 디플레 진입 속 반이슬람 정서와 테러 등에 사면초가

유럽이 총체적 난국에 돌입했다.

유럽 경제는 2008년의 금융위기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디플레이션 국면에 돌입, 국민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또 경기 침체에 따른 불만은 급증하는 이민자에 대한 반감으로 발전해 잠복 상태를 벗어나 물리적 시위로 돌출하고 있다.

상당수 이민자가 이슬람권 출신인데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까지 잇따르면서 사회적 통합을 위협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민자 급증은 영국민의 반유럽연합(EU) 정서를 자극해 급기야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경제난과 사회적 갈등에 정치적 불안이 겹쳐 가히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유럽 경제에 먹구름…디플레 진입한듯

유럽의 찌푸린 경제의 기상도가 좀처럼 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에도 호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유로존과 독일 경제를 견인할 ‘특별한 환경 변화’는 잘 보이지 않고, 정치·경제적으로 리스크 요인만 두드러지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동 정세 불안에 더해 이제는 저유가와 유로화 가치 하락도 거의 상수로 자리 잡는 양상이어서 유럽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득세하고 있다.

저유가는 독일을 비롯한 유로 지역의 인플레율 견인을 저해한다. 유로화 가치의 하락은 불안한 지역 경제와 경기 부진의 징표로도 읽힌다. 유로-달러 환율이 현재 1.19달러까지 떨어진 것은 경제의 취약성을 반영하는 시장의 지표다.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 7일 유로존 19개국이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 -0.2%를 기록, 디플레이션(경기침체에 따른 물가하락)에 진입했다고 발표해 비관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유럽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1월의 유로존 실업률은 11.5% 로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이는 평균치일 뿐, 금융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유럽 국가들의 실업률을 이를 훨씬 상회한다. 특히 청년 실업률을 심각한 수준이다.

◇이민자 급증·반이슬람…사회적 시한폭탄으로

경제난이 국민의 심리를 무겁게 짓누르면서 다문화·다양성·톨레랑스(관용)의 깃발 아래에 숨죽이고 있던 ‘이슬람 혐오’가 길거리에 나오고 있다.

무슬림의 반감에도 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교 예언자인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 등을 고집해온 것은 이를 수긍하거나 동조하는 독자층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좌절감의 표출은 프랑스에서 번져가고 있다. 7일부터 판매된 프랑스 인기 작가 미셸 우엘베크의 새 소설 ‘복종’은 가까운 미래에 프랑스에서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 여성들이 취직할 수 없게 되고 일부다처제가 도입된다는 내용을 담아 논란을 빚고 있다.

프랑스 뉴스채널 i텔레 진행자 에릭 제무르는 베스트셀러 ‘프랑스의 자살’에서 좌파와 국가가 미국화·세계화·이민자·이슬람에 맞서 프랑스의 가치를 지키는데 무력하다고 공격했다. 그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500만명의 무슬림을 추방하지 않으면 격변이나 내전에 빠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유명 작가 장 롤랭이 쓴 또다른 소설 ‘이벤트’는 프랑스가 내전으로 분열된 뒤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에서 12명이 희생되는 사건 처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르는 테러가 연속으로 터져나오면서 혐오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서 ‘프랑스 인티파다(봉기)’를 낸 앤드루 허시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정치적으로 프랑스의 공식 좌파는 프랑스와 아랍세계간의 갈등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일반 대중은 이를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될 만큼 이민자가 많다. 하지만 반이민 정서는 프랑스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독일 드레스덴에서는 지난 5일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이라는 단체가 주도한 반이슬람 시위에 사상 최대인 1만8천명이 참가했다.

PEGIDA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드레스덴에서 이슬람 이민자 급증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여왔다. 이 시위의 초기엔 참가자가 수백 명에 그쳤지만 세력을 확장하면서 다른 도시로 확산하는 추세여서 관심을 받는다.

독일 주간지 슈테른은 지난 1일 독일인 1천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3%가 반이슬람화 거리시위가 인근에서 열리면 참여하겠다고 답했다고 보도해 반이슬람 정서가 소수 극우주의자에 한정된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슈테른은 또 응답자 10명 중 3명은 반이슬람화 시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 만큼 이슬람이 독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극우세력이 최근 위력을 떨치는 스웨덴에서는 이슬람 사원을 방화하는 사건이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잇따라 3건 발생했다.

2011년 인접국 노르웨이에서 총기 난사와 폭탄 테러로 77명을 숨지게 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범행도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근저에 깔린 것이었다.

영국도 프랑스에 못지 않게 이슬람 이민자가 많은 유럽국가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대낮 길거리에서 영국 군인을 참수한 사건으로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나빌 카탑 교수는 지난해 영국에서 무슬림 집단이 최고 채용 기피 대상으로 조사됐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무슬림에 대한 취업차별 현상에는 이슬람 혐오와 적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문제가 방치되면 다문화·다인종 사회 유지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국제연구소의 피터 노이먼 소장은 지하드(이슬람 성전) 지지자들의 급진화에다 노동계층의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지금은 유럽 사회들에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노이먼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유럽 대중의 상당수는 잠재적으로 반무슬림이며 이를 세력화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 중심부로 향하고 있다” 말했다. 그는 파리 언론사 테러와 같은 사건을 더 많이 접하게 된다면 향후 몇년간 유럽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극우정당 세력확대…유럽통합에 균열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 결과 프랑스에서 반이민 정책을 표방하는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이 1위를 차지했고 독일에서는 네오나치 성향의 극우 민족민주당이 유럽의회에 진출하는 등 극우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보수당이 2017년 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약속한 것은 반이민을 표방하는 영국독립당의 득세를 의식한 것이었다.

이슬람 이민자가 많은 데다 지난해부터 유럽연합의 규제가 풀리면서 동구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에서 이민자가 몰려오기 시작해 내국인의 취업 기회를 빼앗아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지난 4일 방송에 출연해 5월7일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한다면 국민투표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지만 ‘브렉시트’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우려를 낳았다.

금융시장은 오는 25일 치르는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승리가 예상됨에 따라 이미 과민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통신은 그리스 총선에서 영국의 5월 총선까지 몇달간은 불안정성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의 극우정당들은 여러모로 성향이 다르긴 하지만 반이민을 표방하고 통합을 강조하는 유럽연합의 영향력이 약화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독일의 정치 분석가 하이오 푼케는 말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처럼 민족주의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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