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재무 “지나친 비관론”…환율 폭등 등 큰 혼란 조짐 아직 없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에 해당하는 ‘BB+’로 강등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S&P는 이날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투자적격 마지막 등급인 ‘BBB-’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한 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4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강등한 지 9개월 만에 또다시 낮춘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추는 가운데 ‘투자 부적격’ 등급을 매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아직 투자 적격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S&P는 등급 강등 이유에 대해 “러시아의 경제성장 전망이 약화하고 금융통화정책의 유연성이 제한됐으며 외화보유액이 외부여건 악화와 정부의 경제 지원 정책으로 감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 같은 문제는 루블화(현지 통화) 가치 하락, 서방의 대러 제재, 러시아의 맞제재 등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말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서방 제재와 유가 폭락 등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S&P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의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리고 향후 90일 이내에 신용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50%라고 밝힌 바 있다.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모스크바 외환 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루블화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5.6루블이나 높은 69.29루블까지 급등하는 등 동요 조짐이 보였으나 27일 오전 장에서는 오히려 67루블 대로 떨어지는 등 예상됐던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주요 주가지수인 RTS 지수도 764대로 전날보다 약 2% 내리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S&P의 조치가 이미 예상됐던 일이기 때문에 대규모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이날 S&P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풍부한 외화보유액, 낮은 수준의 국가채무, 경상수지 흑자 등의 긍정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나친 비관론”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향후 루블화 환율 추가 하락, 외국 투자자 이탈, 자본 유출 가속화 등의 부정적 여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강등한 데 이어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10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내렸다. ‘BBB-’는 투기 등급인 ‘BB+’의 직전 등급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 16일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강등했다. 무디스의 등급 체계상 ‘Baa3’는 투자 부적격인 ‘Ba1’보다 불과 한 단계 높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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