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불법이민자 자녀 출생증명서 발급 불허 용인

미 법원, 불법이민자 자녀 출생증명서 발급 불허 용인

입력 2015-10-19 00:57
업데이트 2015-10-1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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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자국에서 태어난 불법 이민자의 자녀에게 출생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은 텍사스 주 보건 당국의 정책을 용인하는 평결을 내렸다.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공화당 경선에 출마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멕시코 불법 이민자 발언,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앵커 베이비’(미국 원정 출산) 발언과 맞물려 이 문제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미국 연방지방법원 로버트 피트먼 판사는 성인 28명,아동 32명으로 이뤄진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 가족들이 텍사스 주 정부의 출생증명서 발급 거부에 대해 이를 제지하는 법원의 긴급 명령을 요청한 것에 대해 지난 16일 이를 기각했다.

불법 이민자 가족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미국 국민’이라는 수정헌법 14조 조항을 들어 텍사스 주가 부모의 불법 이민 신분에 천착한 나머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출생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아 헌법에서 보장하는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불법 이민자 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 보험,취학,여행 등에서 미국 시민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다고 우려했다.

멕시코와 접경한 텍사스 주는 멕시코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 이르는 주요 통로다.지난해에는 가난과 정정 불안을 피해 과테말라,엘살바도르,온두라스 등 중앙아메리카 3개국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의 행렬로 몸살을 앓았다.

텍사스 주와 법원 판결의 주된 기준은 ‘마트리쿨라 콘술라르’의 인정 여부에 있었다.

마트리쿨라 콘술라르는 멕시코 영사관이 1871년부터 외국에 체류하는 멕시코 국민에게 발급한 영사 증명서다.

미국 은행은 정식 이민 서류를 갖추지 못한 불법 이민자의 자금을 유치하고자 2002년부터 마트리쿨라 콘술라르를 신분증으로 받아들였고,각 주(州) 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텍사스 주는 마트리쿨라 콘술라르를 인정해오다가 2013년부터 불법 이민자들의 유일한 신분증인 마트리쿨라 콘술라르를 받아들이지 않고 미국에서 태어난 이들의 자녀에게 출생증명서도 발급하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마트리쿨라 콘술라르의 위·변조가 심해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미국 연방수사국(FBI)도 마트리쿨라 콘술라르가 보안에 취약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런 설명에도 비판론자들은 공화당의 주 기반인 텍사스 주가 반이민 정서와 중앙 정치권의 편향된 시각에 편승해 갑작스럽게 마트리쿨라 콘술라르를 거부하기 시작했다고 평했다.

피트먼 판사는 “가슴 아픈 상황”이라고 불법 이민자 가족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부모의 마트리쿨라 콘술라르만으로는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라 하더라도 미국 국민 권리를 누리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생증명서는 매우 중요한 서류로,텍사스 주는 이 서류의 보호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며 주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한 내용을 보면,이민 서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모 밑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이는 2012년 현재 450만 명 이상이다.

또 이민·출생과 관련한 서류가 없는 1천100만 명이 미국을 조국으로 여긴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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